글로벌 산업 현장에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응용 기술 등을 활용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넘실대고 있다. 축적된 수많은 데이터는 인간이 지난 수백년간 쌓아온 무형의 경험을 하루아침에 대체하려 들고 있다.
인간의 판단이 아닌 빅데이터 분석에 의해 육중한 로봇이 자동으로 전체 공정을 제어하는가 하면 고도의 센싱 기술은 인간이 느끼지 못했던 미세한 차이를 감지해 비효율이 틈타지 못하게 하고 있다.
제조업 강국 독일을 필두로 주요 선진국에서 시범적으로나마 시도되고 있는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움직임이 우리나라에도 확산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걸음마 단계에 있는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기업이든 정부든 모든 노력이 ‘플랫폼’을 전제로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과 산업별로 흩어져 파편화된 기술로는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박상현 한국정보화진흥원 IoT기획팀장은 “4차 산업혁명에서는 기업 간 경쟁력 대결이 결국 플랫폼 간 경쟁이 될 것”이라면서 “기업이 새로운 산업 물결에 대응하기 위해 각자도생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별 기업이 악착같이 고유기술을 개발해봤자 그것 하나만으로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올라탈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서로 융합하고 응용해 이를 플랫폼화해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소프트웨어업체든 하드웨어업체든 자신들이 개발한 첨단기술을 움켜쥐고만 있을 게 아니라 이를 오픈하고 업체 간 협업을 통해 4차 산업혁명 물결에 올라타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도 “정부가 최근 신성장동력으로 12개 산업 분야를 선정했는데 이 같은 개별 산업 육성 정책으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어렵다”면서 “4차 혁명은 단순히 산업 아이템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산업의 기반을 아예 바꾸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박사는 “정부가 여전히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나누고 내수와 수출을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산업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의 인식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기술적인 진보가 이뤄진다고 해도 적용 대상인 노동과 경제 시스템은 과거 해왔던 것에 대한 관성이 남아 있다”면서 우리나라 노동 시장과 경제 여건의 변화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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