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인력이 더 긴급한 업무에 투입되도록 무분별한 고소 관행을 개선해 나갈 겁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금천경찰서에 문을 연 ‘수사민원 상담센터’의 황순영(44·사진) 변호사. 3일 센터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황 변호사는 한 달에 두 번 금천서로 출근한다. 법률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상담을 해주기 위해서다. 그는 “법률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 시민들에게 법조인으로서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금천서가 설치한 무료 상담센터는 황 변호사를 포함해 총 24명의 변호사가 돌아가면서 시민들을 만난다. 교통 인프라가 다른 구에 비해 부족한 지역적 특성 탓에 센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큰 호응을 보내고 있다는 게 금천서의 설명이다. 문을 연 지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입소문이 나 금천구 이외의 지역에서도 상담을 위해 찾는 이들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무엇보다 황 변호사는 “상담을 한 뒤 무조건 형사 고소부터 하고 보자는 관행이 줄어드는 것 같다”며 “불필요한 행정 인력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효과”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각종 생계형 범죄나 민원 등에 의한 무분별한 고소·고발로 수사 인력이 분산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센터의 무료 상담이 활성화되면서 강력 범죄에 수사력을 집중할 여건이 마련됐다는 말이다.
실제 지난달 4일 요구르트 배달을 하는 50대 아주머니가 외상값을 사기당해 도움을 요청했다. 지역의 한 회사가 한 달 간의 음료 대금 14만원을 지불하지 않고 도주한 것. 이에 황 변호사와 김형석(55) 경위는 형사 고소의 절차적 문제점을 요구르트 아주머니에게 설명하고, 대신 미지급한 회사의 위치를 추적해 중재에 나섰다. 황 변호사와 김 경위의 추적과 중재로 해당 회사는 결국 밀린 외상값을 냈으며, 요구르트 아주머니는 대금 입금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간단한 생계형 범죄를 까다롭고 복잡한 법적 절차 없이 해결해 낸 것이다. 이에 따라 납품 대금 사기 등 생계형 범죄로 시달리고도 하소연할 데 없어 속만 태우던 지역 소상공인들의 둥지로 자리매김 중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상담센터가 개소한 이래 한 달 동안 접수된 고소 건수는 127건으로 지난해 동기 182건보다 30.2% 줄었다. 서민 입장에서는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는 법률서비스를 대신해 사건을 원만히 해결하는 데 앞장서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는 황 변호사는 “사명감 갖고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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