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이 많은 의미를 남기는 것은 마지막 회에서 주인공 영애가 임신을 한 듯 한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시청자들이 오랜 시간 그토록 염원하던 영애의 결혼이 현실화되는 기대를 남긴데 있다. 그리고 이 기대 속에서 영애의 마지막 남자로 그려지며 해피엔딩을 예고한 것이 바로 ‘작사(작은 사장님)’ 이승준이었다.
‘막영애’ 12 시즌에 돈 줄을 쥔 아버지에게 꼼짝 못하는 철없는 바지사장 역으로 출연해 온 이승준은 네 시즌을 거듭해오면서 새로 온 사장 조덕제의 눈치를 보는 처지가 되는 것은 물론 영애를 향한 사랑을 키워오며 줄곧 변화를 겪어왔다.
이승준은 “열두번째 시즌부터 승준이 오롯이 완벽하고 반듯한 캐릭터였던 적은 없었어요. 심성이 나쁜 친구는 아니지만 철딱서니 없는 행동도 많이 했죠”라고 설명하며 “시즌을 거듭하면서 이승준이라는 캐릭터 역시 어느 순간부터 계속 성장한다고 느꼈어요. 거기에 가장 큰 밑거름은 영애였고요”라고 전했다.
그의 말처럼 이승준이라는 캐릭터가 많은 시청자들에게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영애를 향한 진심에 있었다. 때문에 이번 시즌 영애와의 비밀연애가 그려진 첫 회부터 영애의 ‘마지막 남자’로 추측을 낳은 마지막 회까지 많은 시청자들이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생각과 달리 이승준은 꼭 이것이 영애의 결혼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영애가 임신 테스트기를 보고 놀라는 장면이 나오지만 끝까지 영애의 테스트기 결과는 보이지 않아요. 물론 막상 찍어 놓고 보니 영애가 임신한 것처럼 그려지기는 했더라고요. 저희끼리는 농담처럼 영애 뒤에 영채라도 세워놨어야 했다고도 말했죠. 희망적인 결말로 끝나기는 했지만 또 다른 여지는 분명히 남겨두고 있는 것 같아요”
이와 함께 이승준은 “또 삼각(관계)야?”라는 시청자들의 생각과도 다른 흐름을 가져갔다. 13, 14 시즌과 비교했을 때 이번 시즌에 새롭게 합류한 조동혁이라는 인물은 오히려 이승준을 지원해주는 캐릭터라는 것이 그의 설명.
이승준은 “영애가 저와 잠시 헤어졌을 때, 영애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정도였을 뿐, 이전 시즌에 등장한 산호나 기웅이처럼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었어요”라고 전했다. 그것보다 오히려 그를 고민에 빠지게 했던 것은 따로 있었다. 이영애의 부모님과 만남을 피하기 위해 도망가고 이로 인해 이별을 맞게 되는 과정 속에서 캐릭터의 혼란을 겪게 된 것.
“갑자기 너무 12시즌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라고 설명한 이승준은 “아버지에게 돈을 받기 위해 도망갔다는 이유와 함께 거기서 애처럼 굴었다는 것을 어떻게 연기해야 해야하나 생각이 들었죠. 이번 시즌에서 지금까지 해온 연기가 있는데 굉장히 혼란스럽기는 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15시즌 1화부터 그 전까지 승준에게서 볼 수 없었던 완벽남 같은 연기를 했던 것들이 조금은 오버페이스였던 것 같아요. 그동안 성장해왔다고는 하지만 사실 아직은 갈 길이 먼 사람인데 제가 앞으로 닥칠 시련을 계산 못하고 오버페이스로 연기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자신의 연기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그의 아쉬움 못지않게 시청자들이 이번 시즌에 보내는 아쉬움도 상당했다. 가장 큰 원인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도망가는 과정에서 이승준이라는 캐릭터의 정체성이 모호해진 것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지나치게 ‘러브라인’에만 집중된 탓에 ‘막영애’의 가장 큰 매력인 직장생활 공감대 소재가 줄어든 것에 있었다. 결국 이것은 자연스레 작가 교체의 탓으로 불똥이 튀었다.
하지만 이승준은 이에 대해 억울한 부분도 있다며 속상함을 전했다. “대본이 이전 시즌과 다르다는 생각은 크게 하지 못했어요”라고 설명한 이승준은 “오랜 기간 시청해주신 시청자 입장에서 지금쯤에는 결혼을 봐야 하는데, 스토리가 계속 늦춰지다 보니까 다른 부분에까지 불만이 표출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라고 생각을 전했다.
이어 이승준은 “작가가 바뀌어서 시청률도 떨어졌다는 말씀을 하시지만, 이번 시즌 시청률이 역대 시즌 중에 가장 높았어요”라고 전하며 “메인 작가가 교체되기는 했지만, 오히려 지금 메인 작가님이 첫 시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계속 쓰신 작가님이세요. 이 작품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 분이시죠”라며 일각에서 제기된 오해에 대해서 해명했다.
사실 한 시즌도 빼놓지 않고 출연한 김현숙이나 윤서현 정도까지는 아니다 하더라도 ‘막영애’는 이승준에게도 남다른 의미의 작품이다. 그에게 ‘남자 주인공’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준 것은 물론 이 작품으로 인해 ‘태양의 후예’나 ‘연애의 발견’ 등과 같은 작품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한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고민이 든 것도 사실.
“13시즌 지나고 나서 그런 고민들을 좀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막영애’는 그런 고민을 할 시기는 지난 것 같아요.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는데 빠지겠다고 하는 건 정말 무책임한 행동이죠. 그리고 정말 재미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출연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해요”
‘막영애’ 팀은 다른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가장 싫어하는 일명 ‘떼 신(단체 신)’을 가장 좋아할 만큼 가족처럼 돈독하다. 결국 이승준은 ‘막영애’ 팀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최대한 극중 승준과는 다른 캐릭터로 이미지를 보완해 나가려 하고 있다. ‘막영애’가 끝난 뒤 항상 어둡고 센 역할을 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마음처럼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막영애’ 승준과 비슷한 캐릭터를 만나게 되면 혼란스럽기도 해요. 이걸 해야 할 지 아니면 쉬었다가 다른 걸 해야 할 지”라고 고민을 언급하면서도 “그렇다고 쉬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쉬면 끝도 없이 쉬면서 망가지는 스타일이죠. 일주일 내내 촬영 있는 걸 좋아하죠. 원하는 작품을 골라서 할 수 있는 배우라면 얼마나 좋겠어요”라고 전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매해 이승준의 목표는 ‘다작’이다. 갈수록 체력적인 면에서 힘들어 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연기는 하면 할수록 그에게 새로운 재미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한 편에는 늘 ‘막영애’의 자리를 남겨두고 있다.
“많은 사랑도 받았고 질책도 받았지만 저는 모두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너무 감사했습니다. 하루 빨리 다음 시즌으로 돌아온다고 약속을 드려야하지만 아직은 아무 것도 장담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기다려주시면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현재 ‘막영애’의 16번째 시즌에 대해서는 어떠한 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 하지만 ‘막영애’ 사람들이 어디서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과 함께 더욱 큰 공감대로 돌아올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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