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도 벤처기업들의 혁신제품들은 불티나게 팔렸다. 자이글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이글은 고기 굽는 그릴의 발열점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는 아이디어 제품을 출시하면서 지난해 ‘벤처천억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제품 출시 6년 만인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쾌거도 올렸다. 홈쇼핑 방송을 통해 주부들의 로망이 돼 버린 자이글의 혁신 제품은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28일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2016년 벤처기업 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벤처기업들의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올 11월 말 현재 벤처기업 수는 3만3,137개로 사상 최대치를 매달 경신했고 지난해 말 기준(3만1,260개) 벤처기업들의 총 매출액은 216조원에 달했다. 이는 현대차 매출(146조원)을 뛰어넘는 규모로 재계 2위 수준이다. 기업당 매출액은 69억2,000만원으로 지난 2014년보다 8.6% 늘어 대기업(-4.7%), 중소기업(8.0%)보다 증가율이 높았다.
자이글처럼 매출액 1,000억원을 넘긴 기업도 474개로 2004년 이후 7배나 증가했다. 고용과 연구개발(R&D) 투자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해 벤처기업 종사자 수 합계는 72만8,000명을 기록했으며 기업당 종사자 수는 23.3명으로 중소기업 평균 종사자 수(4명)를 압도했다. 또 매출액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율도 2.4%를 기록하면서 중소기업(0.7%)의 3.4배, 대기업(1.5%)의 1.6배에 달했다.
이 같은 성과에도 벤처업계는 나라를 온통 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가 창업·벤처 생태계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벤처생태계가 양적인 증가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은 저성장 국면에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이라면서도 “최순실 게이트에서 촉발된 탄핵정국으로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의 위기가 찾아오는 등 창업·벤처 열기가 식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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