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령탑으로 재신임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경제 컨트롤타워는 본인”이라고 천명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월 초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부총리 내정 이후 스스로를 “나갈 사람”이라고 칭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유 경제부총리는 먼저 중단했던 현장방문을 재개했다. 18일 서울 양재동 화훼시장을 방문, 청탁금지법에 따른 피해를 점검하면서 내년 3월까지 경쟁력 강화를 위한 ‘5개년 종합발전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양재동 하나로클럽도 들러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N6)에 따른 물가 동향을 살폈다. 14일에는 대전의 노인복지시설을 찾아 겨울철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유 부총리가 넥타이를 풀고 ‘점퍼’를 입은 것은 10월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최근에는 4월 이후 약 8개월 만에 기자간담회도 갖고 “컨트롤타워가 돼 경제와 민생 살리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미국·일본 재무장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한국을 찾은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을 만나서는 “한국 경제는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의 변신에 대해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유 부총리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임 위원장에게 자리를 물려줄지 말지 애매했는데 이제는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본인이 지키는 것이 확정돼 책임감이 한층 커졌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는 대통령,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등과 경제정책의 조율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유 부총리의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청와대의 힘이 빠지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진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말 ‘코리안 미러클’ 출판기념회에 전임 부총리가 참석한 자리에서 “빨리 나가야 하는데 이렇게 왔다”고 자조했고 내년 예산안의 국회 통과를 당부하는 자리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당연히 기재부 내부에서도 불만이 나왔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못 해먹겠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는데 버금가는 말”이라며 “아무리 후임자가 정해지고 성격이 솔직하다고 해도 공식적인 자리는 물론 사석에서도 경제부총리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토로했다.
물론 유 부총리가 긴장감 있는 행보를 이어질지를 두고서는 평이 갈린다. 유 부총리는 지명된 직후 “순둥이가 경제를 잘 이끌지 미지수”라는 비판이 일자 취임 일성으로 “백병전도 불사하겠다”며 전투용어를 쏟아냈다. 그러나 이내 경제활성화 법안 국회 통과문제에 등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는 등 다시 힘 빠진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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