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또한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됐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평창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져 추가재원 확보가 한계에 부닥친데다 대통령의 도덕적 파산으로 정부의 리더십이 치명적으로 훼손됐기 때문이다.
◇재원마련 길 막힌 평창= 평창 올림픽은 당장 끊겨버린 돈줄을 다시 당길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기업 후원으로 최소 9,400억원은 모아야 한다는 입장인데 올해 안에 목표액의 90%를 찍는다는 계획은 사실상 실현이 어려워졌다. 대회 막바지 준비에 몰두해야 할 내년까지 스폰서 확보에 매달려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평창 올림픽 대신 문제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엉뚱하게 돈을 댔다.
설상가상으로 국회 평창 올림픽 지원 특별위원회가 지난달 말 채택한 결의안은 일부 의원들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공공·금융기관 등의 적극적인 올림픽 후원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인데 일부 의원들은 평창 올림픽에 씌워진 부정적 이미지 탓에 서명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최순실 일가가 올림픽 관련 이권 사업에 손을 대려 했다는 정황이 확인된 상황에서 기업 후원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한국전력 등 공기업은 ‘목적 외 사업’ 후원에 대한 관련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한 올림픽 후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 리더십도 무너져=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주도해야 할 정부의 리더십도 무너졌다. 평창에 실망한 국민에게 용서를 구하고 정치권이 평창 살리기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혼신의 노력을 다해 발판을 마련해야 하지만 지금의 문화체육관광부로는 역부족이다. 최순실과 그를 도운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그림자를 하루빨리 걷어내는 일부터 서둘러야 할 문체부는 무슨 영문인지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물론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특정인의 사욕으로 평창 올림픽이 훼손되지 않도록 분명한 약속을 드리겠다”고 누차 강조하고는 있다. 그러나 문제사업 자체점검 전담팀은 겉핥기식 작업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주요 외빈의 한국 방문 때 평창 투어를 포함하고 각 부처 주요 행사를 평창에서 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방법으로 올림픽 열기를 끌어올리겠다는 문체부의 계획 또한 헛발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올림픽 유치 후 홍보비로 쓰인 돈은 133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면서 “세계적으로 올림픽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점을 읽지 못하고 안이하게 접근했다는 비판을 정부가 받을 만하다”고 지적했다.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평창올림픽 개막은 2월9일,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올림픽 성공을 위한 반전의 계기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평창 올림픽 지원 특별위원회 간사인 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으로서는 올림픽이 추락한 대한민국의 위상을 일거에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남은 1년을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정부부처가 합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조직위의 최대 숙제는 단연 테스트이벤트(사전점검 대회)의 성공이다.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리는 데다 세계 각국에 중계돼 ‘미리 보는 올림픽’으로 불리는 행사지만 지난달 말 시즌 첫 테스트이벤트부터 미비점을 노출했다. 개막 전날 선수전용 리프트가 고장 나는가 하면 빈자리가 더 많은 관중석 탓에 썰렁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두 번째 테스트이벤트인 쇼트트랙 월드컵(16~18일)의 성공은 더 중요해졌다. 유상건 상명대 스포츠정보기술융합학과 교수는 “정치적인 혼란과 관계없이 테스트이벤트를 사고 없이 치러 우리에게는 부족한 동계올림픽 개최 노하우를 쌓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원도는 경기장 사후활용 방안을 확정하는 게 급선무다. 현재 6개 신설 경기장 중 활용 계획을 정하지 못한 경기장이 두 곳이나 된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과 정선 알파인경기장이다. ‘올림픽의 저주’로 불리는 빚잔치를 최소화하려면 하루빨리 경기장 활용 방안과 관리주체를 결정해야 한다. 강원도 관계자는 “최근 사후활용 자문위원회를 여는 등 각계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조속한 시일 내에 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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