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절벽에 맞닥뜨린 문과대생들이 이공계 진로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이공계 학과로 전과 또는 복수전공하거나 웹프로그래밍 등 이공계 관련 교육과정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모양새다. 하지만 ‘문과 출신 개발자’라는 꼬리표로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기업에 입사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문과생의 이공계행을 이른바 ‘인구론’(인문계 졸업생의 90%는 논다)의 대안으로 삼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1일 대학가에 따르면 취업 절벽을 뛰어넘기 위해 이공계 진로를 택하는 문과생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2016 상반기 고동교육통계조사’에 따르면 인문사회계열에서 자연과학과 공학계열로 전과한 학생 수는 각각 389명과 927명으로 전국적으로 1,31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전과생 수의 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주요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이나 소프트웨어 관련 전공을 복수전공하는 학생도 증가 추세다.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한 문과생은 2012년(1학기 기준) 처음 등장한 이래 2014년 5명, 2015년 22명, 2016년 27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한양대 역시 문과계열에서 컴퓨터나 소프트웨어 관련 전공으로 복수전공을 택한 학생 수는 2014년 35명에서 2015년 47명, 2016년 79명으로 증가했다. 성균관대와 이화여대, 중앙대 등 서울 주요 대학 역시 최근 문과 출신 복수전공 신청자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양대에서 공대 복수학위를 취득한 이호성(27)씨는 “졸업 후에도 1~2년 넘게 취업을 못하는 학생들이 태반이지만 막상 따로 스펙을 추가할 만한 것도 없어 허송세월하는 경우가 많다”며 “졸업 후 시간을 허비하느니 공대 과목이라도 미리 들어놓는 게 차라리 취업 전쟁을 빨리 끝낼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얻기 위해 고액의 사설교육 과정을 수강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풀타임 커리어 전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패스트캠퍼스스쿨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개발, 웹프로그래밍, 데이터 사이언스 등을 3개월간 전일제로 교육하는 과정을 운영하는데 문과 출신 수강생들도 상당수”라고 전했다. 이어 “300만~400만 대 수강료를 받지만 수료생 중 86%가 취업에 성공하는 등 입소문이 나면서 1년 만에 300명이 몰릴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는 이공계 진로로 U턴하는 게 취업난에 시달리는 문과생들에게 취업 지름길로 작용하진 않는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게다가 정부에서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웹프로그래밍 등 이공계 과정을 장려하자 대학가에서는 정부 지원금을 받기 위해 무작정 교육 과정부터 개설하려는 사설 교육업체가 난립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 취업센터 관계자는 “각종 교육기관에서 IT 개발자 교육과정 제안이 많이 들어와 학교 내에서 몇 번 운영해 봤지만 강사 실력에 대한 불만도 많았고 무엇보다 대기업 등 학생들이 선호하는 기업에 입사한 경우가 사실 없었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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