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7일 “북한은 (핵과 관련해) 파키스탄식 모델을 추구하는 것 같다”면서 “5차 핵실험에 이어 한두 해가 더 지나면 핵실험의 모든 과정을 마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 공동주최로 서울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반도경제포럼’에 참석해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북) 압박과 제재에 중점을 두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국제질서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날 포럼에서 윤 장관은 “그(핵무장 완료) 이후 결과는 뻔하다. 앞으로 북한을 대할 때 핵무기 보유국이기 때문에 협상을 하게 되면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 협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최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 윤 장관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년 이상 북한과 대화재개 노력을 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북한의 4차, 5차 핵실험이었다”라며 “이 시점에서 대화를 논하는 것은 결국 과거에 실패했거나 효과를 못 본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이며 북한에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북핵외교는 단순히 대한민국 정부 차원의 대응을 넘어섰다”면서 “국제사회 대 북한의 구도가 만들어져 국제사회가 공감대하에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압박·제재 위주의 현 대북정책을 항생제에 비유하면서 “최초로 국제사회 (대북) 공조가 어느 때보다 강력해졌는데 지금 항생제를 바꿔버리면 의미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한편 윤 장관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동맹 중시와 대북 압박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 이후 일각에서는 한미동맹의 장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트럼프 당선인 인수위 등 캠프 인사들이 동맹의 중요성과 북핵 위협의 심각성·엄중성을 강조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서도 “트럼프 당선인이 재협상하겠다거나 폐기하겠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 지난 수년간 미국의 무역수지를 보면 미국에서 생각하는 만큼 손해가 크지 않으며 얼마든지 관리 가능한 액수”라며 섣불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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