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인수는 전장사업을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선택한 삼성의 승부수이자 ‘갤럭시 사태’의 돌파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으로서는 그간 내부거래와 소규모 M&A에 머물러왔다는 통념을 깨고 신산업 생태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셈이다. 특히 책임경영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의 첫 승부수라는 측면에서 그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하드웨어 업체인 삼성이 소프트웨어 기업이자 자동차기술의 메이저플레이어로 탈바꿈한다는 외신들의 분석이 쏟아지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일 것이다.
글로벌 산업계는 자동차와 정보기술(IT)의 경계가 무너지는 4차 산업혁명의 거센 파고를 맞고 있다. 이런 터에 삼성의 내부 역량만으로 애플이나 구글을 따라잡기에는 벅찬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은 이번 M&A로 진입장벽이 높은 차부품 시장에서 10년 이상의 기간을 단축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하니 국내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등 해외 경쟁사들이 기술력과 브랜드파워를 갖춘 선진국 기업을 사들이는 것도 기술혁신을 앞당기기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다.
우리 3, 4세대 경영자들은 그간 모험정신이 부족하고 글로벌 공략에도 소극적이라는 얘기를 들어왔다. 산업빙벽이 거론되고 정치상황이 불안정한 가운데 올 들어 30대그룹의 투자액이 지난해보다 30%나 줄어든 것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핑계를 대기보다 지속성장을 담보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에 적극 나설 때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해외 M&A를 중요한 성장전략으로 삼아 불확실성의 시대를 힘차게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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