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역사상 최대 정치적 이변을 일으켰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트럼프의 이번 당선은 그간 승승장구해온 트럼프 정치역정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공화당의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며 첫 승리를 거둔 트럼프는 결국 세계 최강대국의 대통령 자리를 거머쥐었다.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그의 승리는 정치권과 전문가, 시장 모두의 예상을 뒤집는 것이었다. 옳든 그르든 간에 그가 선택한 공약은 간단하다. 세계화가 불평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그리스 시위와 국민투표에서 가장 먼저 대두됐으며 브렉시트(Brexit) 사태로 급물살을 탔고 이번 미 대선에서 그 극에 달하게 됐다.
트럼프 정부가 전 세계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트럼프 정부 등장으로 정치적·경제적 고립이 가속화될 것이며 이러한 사안들은 모두 대통령 권한에 의해 결정돼 의회의 지지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시장에서는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의 의지가 시장 균형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작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세계화와 경제에 대한 공감대가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
당장 시장에서 우려하는 바는 트럼프의 무역정책이다. 대표적으로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과 강제추방 확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폐지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가 멕시코와 캐나다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공약을 감안하면 신흥시장 역시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 및 일본과의 무역협정에서도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될 것이다.
한편 앞으로 트럼프의 재정정책은 시장에 다소 안도감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중장기적으로 트럼프가 기업과 부자 감세 중심의 공격적 세제개편이나 (부채를 이용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같은 공약을 이행해 재정지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보다 매파적인 성향의 연준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재정적자에 의존하는 정부에 대해 매파적 중앙은행은 이성적인 반응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임기가 조기에 종료되거나 2018년 재임명이 거부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매파적 연준이 달러 강세를 동반할 가능성은 낮다. 앞으로 연준과의 대립으로 불확실성은 높아지며 긴축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달러는 약세를 보일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국제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입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대내적으로도 트럼프는 의회의 지지를 확보했다. 선거 결과 공화당은 상·하원 양원에서 선전하며 다수당의 지위를 굳혔다. 대선후보일 때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하원 공화당 의원들이 과연 지원에 나설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앞으로 몇 주간에 걸쳐 이러한 잠재적 갈등이 가라앉고 주요 보좌진에 대한 발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신임 대통령의 대내 정책과 관련된 주요 방향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취임 이후 트럼프의 태도가 누그러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대통령 수락 연설을 하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자신의 말을 번복하는 정치인은 트럼프가 처음도 마지막도 아니다. 다른 정치인들처럼 트럼프도 유연하게 행동할 지가 관건인데 지금까지 그의 행적을 볼 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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