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경력 5년 차인 강현철(39)씨는 최근 박스권에 갇혀 답답한 국내 증시를 벗어나 미국 주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강 씨가 고른 종목은 페이스북.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3·4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급락세를 보인 주가가 곧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 씨는 직접 미국 종목 매매에 뛰어들진 않았다. 환율 리스크에 비싼 거래 수수료가 부담스럽다. 고민하던 강 씨는 대신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 대형주에 투자하는 ‘삼성 미국 대형 성장주ETN(H)’에 매수했다. 6개월 수익률은 2.67%로 연간으로 따지면 5%를 약간 웃돈다. 페이스북은 최근 1주당 120달러선에 거래되지만 ETN은 9,966원으로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하다.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변하는 ‘환노출형’과 환율 변동 위험이 없는 ‘환헤지형’ 중 선택도 할 수 있다.
상장지수증권(ETN)은 증권사가 자기신용으로 발행하는 기초지수 수익률을 보장하는 파생결합증권이다. 자산운용사들이 발행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이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고 만기시 기초지수 수익률을 보장한다. ETF는 외부 수탁기관에 돈을 맡기기 때문에 자산운용사가 부도가 났을 때나 ETF의 상장이 폐지됐을 때도 원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ETN은 증권사가 부도났을 때 원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는 신용위험도가 낮은 일부 대형 증권사들만 ETN발행이 가능하도록 허용했다. 또 10종목 이상을 편입해야 하는 ETF와 달리 ETN은 5종목으로도 상품 구성이 가능하다. 운용에 제한이 없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특히 해외 시장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들은 글로벌 ETN투자를 통해 직접투자의 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다.
ETN 시장이 개설된 지 2년. 현재 130개 상품이 상장돼 있다. 이 중 48%에 해당하는 62개 상품이 해외에 투자하는 ETN이다. ETN은 증권사가 기초지수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직접 유동성을 공급해 호가 제시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특히 일반주식을 매도할 경우 매도대금의 0.3%가 증권거래세로 투자자에게 부과되지만 ETN은 증권거래세가 없다. 이에 따라 글로벌 자산배분 상품으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ETN은 주식, 채권, 상품 등 다양한 자산으로 구성한 기초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글로벌 대표지수뿐 아니라 원자재, 환율, 부동산 리츠, 유망섹터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효과가 있다. 조병인 한국거래소 ETN시장팀장은 “투자자들이 해외시장에 직접 투자할 경우 시차와 비용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며 “시장 상황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도 쉽지 않은 만큼 ETN 투자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은 앞다퉈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ETN을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016360)은 미국과 유럽, 중국, 인도 등 다양한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삼성차이나A50선물 ETN과 삼성인도니프티50선물 ETN, 삼성미국대형성장주 ETN, 삼성유럽고배당주식 ETN 등 해외 시장에 투자하는 ETN을 출시했다.
미래에셋증권(037620)은 미국 일본 유럽 증시에 투자하는 ETN 뿐 아니라 국가별로 다양한 테마에 맞춘 ETN을 내놓고 있다.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ETN의 경우 배당주, 레버리지, 인버스 등 주식시장 투자 상품을 비롯해 리츠(REITs), 바이백(자사주 매입), 헬스케어, 항공우주 등 다양한 테마로 라인업을 갖췄다.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ETN은 매매 단위가 1만원 내외로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시장 상황뿐 아니라 각자 투자 성향에 맞게 상품을 선택한다면 글로벌 자산배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TN 투자는 아직은 일반 투자자들에 낯설다. 130개 넘는 상품중에 26개 종목의 팜매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증권사들의 마케팅 부족도 원인이지만 투자자들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TF 는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지만 ETN은 복잡하게 구조화된 상품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며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ETN투자에 대한 마케팅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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