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물에 원두를 담가 내린 콜드브루(cold brew)는 ‘시간이 내린 커피’로 불린다. 고온고압으로 순식간에 원두를 추출하는 에스프레소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콜드브루는 물의 온도와 추출 시간에 따라 미세하게 풍미가 변한다. 맥주로 치면 수제 에일맥주와 닮았다.
열을 가하지 않고 상온에서 추출하기에 신맛이 덜하고 원두 고유의 단맛이 강하다는 것도 특징이다. 추출 방식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통상 에스프레소에 비해 카페인이 적고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이 풍부하다. 하지만 최대 24시간 동안 원두를 우려내야 하는 탓에 대량 생산이 어렵고 위생문제도 까다로워 한동안 일부 커피전문점이나 커피 애호가들의 전유물이었다.
한국야쿠르트가 올 3월 선보인 ‘콜드브루 바이 바빈스키’는 국내 대기업 최초로 선보인 콜드브루 커피다. 수확한 지 1년 이내의 햇원두를 사용하고 유통기한을 10일로 정한 이 제품은 하루 평균 10만개씩 팔릴 정도로 인기다. 최근에는 편의성을 높인 스틱형 액상커피 ‘콜드브루 바이 바빈스키 레드’까지 내놨다. 한국야쿠르트 모바일 앱의 정기배달 서비스를 통해 신제품 콜드브루 바이 바빈스키 레드를 체험해봤다.
주문은 생각보다 간단하고 편리했다. 스마트폰 앱장터에서 한국야쿠르트 앱을 내려받아 정기주문이나 1회주문을 선택하고 제품 종류와 배달 날짜를 고르면 된다. 결제 방식도 현금, 신용카드, 휴대폰, 자동이체 등으로 다양하다. 앱 설치부터 주문까지 5분이 채 안 걸렸다. 12㎖ 용량의 액상커피 6개가 한 묶음 단위이고 가격은 3,000원. 하루에 평균 3잔 정도 커피를 마시는 기자는 주 3일 배달을 선택했다.
다음날 현관 앞으로 배달된 제품은 의외로 용량이 적은 듯했다. 하지만 물과 우유를 넣어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를 만들어 보니 시중 커피전문점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근사한 콜드브루로 변신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신선함이다. 커피 전문가와는 거리가 먼 기자가 느끼기에도 산도와 당도가 적당했고 갓 추출한 콜드브루 특유의 신선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원액보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를 유독 선호하는 한국인의 입맛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비싼 가격이 걸림돌이었던 콜드브루의 진입 장벽을 확 낮췄다는 점도 경쟁력이다. 스틱 1개당 가격이 500원으로 물과 우유만 추가하면 커피전문점에서 6,000원 안팎에 판매하는 콜드브루를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유통기한이 10일에서 20일로 늘었다는 점도 이번 신제품의 특징이다. 다만 1인가구와 싱글족을 위해 6개들이 묶음 외에 소포장 제품도 나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야쿠르트는 첨가물을 일체 넣지 않은 콜드브루를 상용화하기 위해 특허까지 출원하며 공을 들였다. 한국야쿠르트가 콜드브루 대중화의 깃발을 꽂자 최근에는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엔제리너스 등 대형 커피전문점도 잇따라 콜드브루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과 일본 등 커피 선진국에서도 콜드브루는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어 콜드브루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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