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을지로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도입된 ‘3D(3차원) 가상 피팅 서비스’는 이런 수고를 덜어 줄 수 있는 획기적인 서비스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9월 디지털 거울과 스마트폰을 활용해 옷을 직접 입어 보지 않고도 피팅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처음에는 빈폴·헤지스·타미힐피거 등 3개 브랜드, 20여 개 품목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띠어리·시슬리 등을 추가해 11개 브랜드, 80여 개 상품으로 늘렸다.
지난주 이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봤다. 사용 방법은 디지털 거울에서 1m가량 떨어진 곳 발 모양 표식 위에 선 뒤 양손에 딸린 센서를 움직이는 것에서 비롯된다. 먼저 아이콘에 센서를 갖다 대 홈 화면에 들어간 뒤 성별을 택한다. 이후 ‘A’자 모양으로 서면 자동으로 신체 계측에 들어간다. 신체 사이즈를 쟀으면 옷걸이 모양 아이콘에 센서를 가져가 의상을 고르면 된다. 남자는 상의와 하의(바지), 두 가지 카테고리가 있고 여자는 상의, 하의(바지·치마)에 원피스 카테고리가 하나 더 있다. 각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마치 실제 입은 것처럼 몸 위에 제품이 등장한다. 손에 딸린 센서를 방향키에 대면 몸 위에서 청남방, 노란 니트, 흰색 박스티 등의 제품이 휙휙 전환된다.
3D로 제작돼 팔을 올리면 제품 팔 부분도 같이 올라가고 하체를 돌리면 하의 측면 모습도 나온다. 왼쪽 상단에 가상으로 꾸며진 뒷모습까지 나오기 때문에 스타일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화면 하단에는 상품 이름, 가격, 매장 위치 등의 정보가 뜬다.
제품을 최종적으로 고르면 사진기 모양 아이콘을 눌러 피팅 모습을 이미지로 저장한다. 이때 화면 오른쪽 하단에 큼지막한 QR 코드가 뜨는데 이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이미지가 스마트폰 안에 들어온다. 별도의 어플을 설치할 필요 없이 네이버·다음 등 QR 코드를 인식할 수 있는 아무 어플이나 사용하면 된다.
오영훈 롯데백화점 옴니채널팀 대리는 “하루 평균 60여 명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업데이트는 한 달에 한번 꼴로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옷을 모두 골랐다면 상품 정보를 보고 해당 매장을 찾아 직원에게 저장한 이미지를 보여주거나 제품 이름을 말한 뒤 구매 하면 된다. 기자는 헤지스에서 체크무늬 남방과 방수 재질의 바지를 골라 스마트폰에 이미지를 저장한 뒤 본관 6층 매장으로 갔다. 디지털 거울 이미지를 보여주자 헤지스 직원은 사진과 제품을 몇 번 대조한 뒤 해당 제품을 찾아냈다.
헤지스 매장 직원은 “하루에 평균 2~3팀이 3D 가상 피팅 서비스 이미지를 들고 와 제품을 찾는다”며 “해당 옷뿐 아니라 온 김에 다른 제품도 함께 보기 때문에 연계 매출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직접 체험한 3D 가상 피팅 서비스는 무엇보다 ‘재미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어린 시절 옷 입히기 인형놀이를 하던 것처럼 3D 이미지를 활용해 자기 몸에 여러 옷을 걸쳐 보는 것만으로도 고객이 충분히 즐거워할 만했다. 기자가 체험하는 동안에도 10여 명의 사람들이 서비스를 지켜보며 신기해 했다.
아쉬웠던 점은 아무래도 3D 작업이다 보니 색감·질감·무늬 등 디지털 거울 속 제품과 실제 제품 간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또 남자 브랜드의 경우 빈폴·헤지스·타미힐피거 등 3개에 불과한 점도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