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강타한 ‘비선실세’ 최순실 스캔들이 언론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JTBC·TV 조선 등을 필두로 27일 세계일보가 최순실씨 인터뷰를 단독 보도하면서 정국을 뒤흔든 이번 사건에서 지상파 3사가 사실상 배제된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KBS·MBC·SBS 노동조합은 잇달아 자사의 보도를 혹평하며 ‘자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BS 노조 “참담하다. 정말 참담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6일 성명을 통해 “참담하다. 정말 참담하다. 어제와 그제 연이틀 온 나라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국정 농락 뉴스를 보면서 정신이 아득할 정도로 끔찍하고 비참하다”고 말했다. KBS본부는 “언론사로서, 공영방송으로서 그리고 한 때 가장 신뢰받고 영향력이 있는 뉴스를 만들었다는 KBS의 구성원으로서 이 희대의 사건 앞에서 KBS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존재로 떨어졌음을 직접 우리의 두 눈과 귀로 확인해야 하는 현실이 우리를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며 “그토록 반대하고 무시하고 조롱했던 종편이었는데! 이젠 우리가, KBS의 수백 명 기자들이 ‘오늘은 종편 뉴스에 무엇이 나올까?’ 긴장하며 기다리고, 베끼고, 쫓아하기를 서슴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지난 9월 20일, 보도 편집회의에 실무자 대표로 참석한 기자협회장이 왜 이 문제를 뉴스로 다룰지 의논조차 하지 않느냐고 묻자 최순실이 대통령 측근이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느냐는 답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일부 네티즌들은 해당 게시물에 “너무 늦었으나…응원은 해보지요”, “싸워 이기세요”, “소신 있는 행보 응원합니다” 등의 댓글을 달며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대부분의 댓글을 살펴보면 “수신료 돌려주세요…”, “스스로도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세월호 때도 비슷한 얘기 하지 않았었나” 등 KBS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KBS 고생하십시오. 사장님은 무슨 생각으로 계신지 모르겠지만 고생 좀 하십시오. 학생들 등 많이 돌렸습니다. 교내 커뮤니티 사이트를 봐도 KBS 욕하는 글 밖에 없습니다. 욕을 쓰고 싶지만 욕을 안 쓰는 게 더 욕 같을 거 같아 적어봅니다”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MBC 노조 “대통령 입만 쳐다보는 뉴스데스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25일 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자사 보도를 “대통령 입만 쳐다보는 뉴스데스크”라며 “최순실 의혹 한 달 동안 정치 공방으로 처리하고 대통령 발언이 나오자 뒤늦게 쟁점을 설명했다”고 혹평했다. MBC본부는 9월 20일부터 10월 19일까지 뉴스데스크의 관련 보도사항을 정리하며 “최순실이 누구인지는 단 한 차례도 설명이 없었다”고 밝혔다. 또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데, 우리만의 취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이미 나온 의혹들을 정리하는 시늉만 보일 뿐”이라며 “더 늦기 전에 공영방송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재 가치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고백했다.
SBS 노조 “언론이길 포기한 결과, 이제 만족하는가”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는 25일 “언론이길 포기한 결과, 이제 만족하는가”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SBS본부는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 자유를 스스로 좀 먹는 보도 행태에 대해 경고하고 시정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사측은 내부의 특별취재팀 구성 요구조차 묵살하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다 희대의 국정농단 사건 취재와 보도에 있어 그토록 얕잡아 보던 종편의 보도내용을 손가락 빨며 바라보는 처지로 우리 모두를 전락시키고 말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26일 윤창현 SBS 노동조합 본부장은 조합원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사측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함께 행동해야 할 때라고 힘주어 말했다. 윤 본부장은 “그렇게 욕하고 폄훼하던 종편 채널들이 대특종을 이어가는 동안 우리는 그들의 무슨 뉴스를 하는지 지켜보다 허겁지겁 받아써야 하는 언론인으로서는 치욕적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라며 “28일 절박한 마음을 담아 노동조합이 조합원 결의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나영기자 iluvny23@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