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미국과의 분리’ 발언과 관련해 정확한 설명을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어떤 파장을 의도했는지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커비 대변인은 러셀 차관보가 22일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해 필리핀 정부 관계자와 만나 발언의 진의를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커비 대변인은 “이 외교적 발언에 당혹감을 느끼는 나라는 미국 한 곳이 아니다”라며 “아시아 우방국들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교민간담회 ‘중국·필리핀 포럼’에서 “미국과의 분리를 선언한다”며 “군사·사회·경제 분야 모두 관계를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과 필리핀의 공동성명에서 양국 간 마찰의 문제가 됐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판결 내용이 아예 빠졌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내년에 필리핀을 답방하기로 해 양국 간 밀월 관계가 형성됐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면 “이 세상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나와 푸틴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세 명밖에 없다고 말하겠다”며 중국을 넘어 러시아까지 포섭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65년간 우방이었던 미국을 멀리하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이 필리핀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듯하지만 자신의 행보가 미중 간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며 “필리핀뿐 아니라 더 많은 나라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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