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중학교 1년생인 딸아이는 ‘Z세대’다. 1995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는 ‘포스트밀레니얼(postmillenials) 세대’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TV를 보면서 쉴새 없이 카카오톡을 하고 셀카로 촬영한 자신의 얼굴에 고양이 스티커를 붙이며 순간의 감정을 표현한다. 카카오톡은 물론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나’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한다. 텍스트보다는 이모티콘이나 이모지(emoji·그림문자)가 훨씬 익숙한, 지금까지 지구촌에 출몰한 역사상 가장 ‘특별한’ 세대다.
1970년대 중반 태어난 기자는 ‘X세대’다. 1970~1980년대 경제개발기를 거쳐 문민정부가 출범한 1990년대 초중반은 연평균 7~9%의 높은 경제성장을 이뤄낸 ‘풍요의 시대’였다. 각자의 개성을 중시하는 청년들이 시대를 풍미했으며 기성세대는 규정하기 힘든 청년층을 X세대라 불렀다. 이들은 문민정부·세계화·디지털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해외 어학연수를 떠났던 기념비적 세대였다.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로 취업 실패를 경험했던 X세대는 대한민국의 부활과 함께 사회에 안착했다.
그래서일까. X세대인 부모가 Z세대인 자녀를 바라보는 심정은 복잡하다. 어렵사리 이룩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내 아이만큼은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다.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 자유의지가 꺾이며 성장했던 자신과 달리 Z세대만큼은 디지털 혁신의 부산물인 ‘자유’를 누리며 살기를 기대한다. 더구나 X세대와 Z세대는 DNA부터 전혀 다르다. 부모들은 성인이 된 후에 디지털 문화를 겪었지만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을 체화한, 진정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것이다.
그것이 과연 어떤 의미일까. ‘모모세대가 몰려온다’의 저자 김경훈씨는 “10대들에게는 두 개의 뇌가 있다. 머릿속의 ‘첫 번째 두뇌’와 스마트폰이라는 ‘두 번째 뇌’. 그들은 두 개의 뇌를 자유자재로 쓴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10대는 기억을 머릿속에 집어넣지 않는다. 블로그나 SNS에 기록하고 공유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정보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라는 만능도구를 장난감처럼 다루고 복잡한 설명 없이도 상황을 즉각적으로 받아들이는 세대다.
일각에서는 구세대와 신세대 간 격차가 커지면서 ‘세대 차이’를 넘어 ‘세대 단절’, 더 나아가 ‘세대 충돌’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기자는 기성세대들이 막연하게 느끼는 ‘불안한 미래’가 Z세대의 태생적 능력 덕택에 의외로 살 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X세대의 사고로는 해결 불가능한 난제들이 Z세대에는 덧셈보다 쉬운 문제일 수 있다. 그래서 오늘도 ‘스노우’ 앱에 들어가 친구들 얼굴에 강아지 스티커를 붙이며 키득거리는 딸아이의 얼굴에서 희망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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