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사와 수입차 업체들은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날부터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승차량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업체들은 주중과 주말·휴일에 걸쳐 3~4일가량 시승차를 제공했으나 이 같은 시승차량 제공이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하는 김영란법에 저촉된다는 유권해석에 따라 운행을 중단한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간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법 시행 후 한달가량은 시승차 운행을 하지 않고 다른 업체들의 움직임을 살펴볼 것”이라며 “회사 법무팀과 외부 로펌의 자문을 받아 시승차 운행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3~4일간의 시승은 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1박2일(24시간)이나 당일 시승은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범위라고 보고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 시승차 운행을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새로 출시된 차량을 직접 운전한 뒤 성능과 품질을 평가하는 시승 기사는 소비자들의 구매 기준이 되기 때문에 업체들이 마케팅 차원에서 적극 활용해왔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딜러사들이 자체적으로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소비자들이 차량을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신차 홍보의 유력한 수단이던 미디어 시승이 제약을 받으면서 마케팅 활동도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달에 10건에 이르던 신차 출시 및 미디어 시승 행사도 오는 10월에는 2~3건 정도로 대폭 줄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향후 예정된 수입차 업체 행사는 롤스로이스 브랜드 스튜디오 오픈과 ‘캐딜락 XT5’ 출시 행사 정도에 그친다.
BMW코리아는 다음달 말로 예정된 ‘미니 트랙 데이’ 행사에 기자들을 초청할지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직무와 관련된 공식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숙박·음식물 등의 금품은 예외적으로 허용되지만 초청 범위를 어디까지 할지가 고민이다. 신문·방송을 포함해 자동차 관련 미디어가 수백개에 이르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기자들을 초청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범위에 따라 행사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에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불가피할 경우 고객 대상으로만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영란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아 기업들이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는 식으로 몸을 사리면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마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들에 시승 행사는 마케팅 활동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며 “이를 접대나 금품 제공 등으로 본다는 것은 억측을 넘어 기업 활동을 막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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