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에서 진도 5.1의 강진이 발생한 데 이어 경북에서 진도 5.8의 추가 지진이 발생하면서 전국이 공황에 빠졌다. 지진 발원지는 경북 일대지만 서울과 호남 등 전국에서 “지진을 느꼈다”는 경험담이 쏟아지고 있다.
경북 일대에서는 지진 직후 휴대폰이 불통되고 장식장 물건이 떨어지는 등 신고 수백건이 쏟아졌다. 건물이 크게 흔들리자 불안을 느낀 주민들은 소리를 지르며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경주에서 거주하고 있는 이상협(59)씨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쏜 줄 알았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서명순(49)씨는 “집안에 있는 시계와 액자 같은 것들이 다 떨어져서 난장판”이라며 “오늘 밤에는 집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경주시 건천읍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할머니는 TV가 떨어져 가슴을 다쳤다.
경남 창원시에서도 지진으로 난리를 겪었다. 창원시 명곡동에 사는 주부 박모(55)씨는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갑자기 집이 흔들리면서 ‘우르렁 쿵’하는 소리에 큰 트럭이 지나가다 사고가 난 줄 알고 나가봤다”며 “사람들이 모여 지진이라 하길래 당황했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에 머물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처음 지진과 함께 제가 살면서 체감한 지진 중 가장 강력한 지진”이라며 “강한 지진이 계속돼서 집 밖으로 피해야 하나 어째야 하나 겁이 난다”고 밝혔다. 대피한 전국 각지의 주민들은 추가 여진이 있을지 모른다며 집 밖에서 계속 기다리며 불안에 떨었다.
울산 중구의 한 아파트 주민은 “아이 책상 위 책상에서 책이 떨어지고 식탁 조명등이 크게 흔들거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평재 중기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 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두 번 진동을 느꼈는데 두 번째 지진의 진동이 더 길었다”며 “부산 녹산산업단지 쪽의 피해는 아직 없다. 경주보다는 크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부산에서도 초고층 건물들이 흔들리고 집 벽에 금이 갔다는 신고가 속출하는 등 ‘멘붕’이 벌어졌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야간자율학습을 긴급 중단하기도 했다. 겁에 질린 어린아이들의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이번 지진 신고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일어났다.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8시 33분께 “지진이 느껴졌다”는 목격담이 이어졌다. 경기 광명에 거주한다는 한 트위터 이용자는 “옷걸이에 걸린 옷들이 흔들리는 게 눈으로 보일 정도…. 심지어 꽤 긴 시간 동안”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통신 장애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더욱 증폭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가 먹통이라는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카카오톡 이용마저 어려워지면서 트위터와 라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전화가 안 된다” “가족과 통화를 하려는데 연결이 안 돼 불안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동시에 지진을 대비하는 법을 공유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일본 지진 경보가 더 확실하다”며 “일본의 지진 알림 앱을 다운 받으라”고 조언했다.
정부 대처를 지적하는 비판도 속출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폭염주의보는 지겹도록 오더니 정작 지진 나니까 재난경보가 안 온다”고 지적했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지진 발생 후 네티즌들의 접속이 몰리면서 홈페이지가 다운됐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스템 점검 작업으로 인하여 현재 웹서비스가 중단되고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는 문구만 떠 있었다. /부산=조원진기자 울산=장지승기자 창원=황상욱기자 이수민·진동영·강광우기자 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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