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저우(杭州)에서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세계 경제의 회복과 보호무역주의 반대를 주창하고 있지만, 서구 선진국을 중심으로 중국이 자국부터 돌아봐야 한다는 냉소적 시각이 퍼지고 있다.
4일 외신들은 중국의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6.7%로 중고속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G20 회의를 계기로 세계 경제의 주도국으로서 위상을 확인받으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피해 나온 데다 4조 위안 규모의 재정정책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관련, 자국의 발전모델인 ‘중국방안’을 홍보하고 이를 각국 및 세계 경제에 이식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이후 대두되는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배척을 핵심 화두로 제시한 상황이다. 여기에 G20 참가국에 민감한 안보의제 논의를 피해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라는 기록에 집착하며, 각국이 정책공조를 통해 구조개혁과 함께 재정·통화정책을 총동원해 경기를 자극할 수 있도록 경제 현안에 집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외르크 부트케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발간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경제개혁 진행 상황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중국이 시장을 더 개방하지 않으면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을 막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트케 회장은 유럽에서 일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정서도 중국의 시장개방 지연에 따른 반작용이라며 “중국이 앞으로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내놓을까 우려스럽다. 이는 아무도 원치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중국의 철강·석탄 분야의 생산과잉이 세계경제의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주범이라는 것과 중국 국유기업의 부실과 지방정부의 막대한 부채 문제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지적이 국제사회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생산과잉 상태의 중국산 철강 때문에 미국 및 유럽연합(EU)은 이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고, 이 문제는 세계 무역분쟁의 핵심 현안이 된 상태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이 철강 공급과잉을 증폭시키며 각국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은 금융, 행정, 물류 등에서의 중국 당국의 차별적 대우가 중국 기업들이 외국에서 받는 대우보다 훨씬 지나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G20에 참석하는 유럽 정상들에게 서한을 보내 “철강 등의 산업 분야에서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보조금 축소 및 시장왜곡 조치 철폐 같은 효과적인 행동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한편 데이빗 달러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경제성장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번 회의에서 중국의 공급과잉 문제가 핵심 주제가 될 것이며 공식 세션에 포함돼 있지 않다면 양자회담 과정에서라도 불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아인턴기자 leejaea55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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