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흔들림 없이 고군분투하는 여러분들이 바로 애국자입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저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호텔 만찬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들어서자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 초대 받은 현대차 러시아법인 및 관계사 임직원과 가족 100여명은 정 회장의 따뜻한 위로가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이날 78세의 고령에 9시간이 넘는 긴 비행에도 피곤한 기색 없이 만찬 일정을 소화했다. 동토의 타국에서 고생하고 있는 임직원들을 격려해줘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러시아법인 임직원들이 판매 감소로 고민이 많았을 텐데 오히려 따뜻하게 위로해주니까 흥이 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 회장은 러시아 방문 이튿날인 3일(현지시간)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현대차 러시아 공장을 방문해 생산·판매 전략을 점검했다. 오전9시부터 6시간 이상 공장을 둘러보며 강행군을 이어갔다. 정 회장은 특히 1일부터 양산에 돌입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레타’ 생산 라인을 점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수행원들과 함께 생산라인을 돌며 크레타 문을 직접 여닫고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꼼꼼히 점검했다. 인도 시장 전략 모델로 개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끈 크레타는 러시아 시장에서 판매 1위를 기록 중인 소형 세단 ‘쏠라리스’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차종이다.
정 회장은 이날 공장 방문에서 러시아 시장에 대한 의지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그는 “러시아 시장에 기회는 다시 온다”며 “어려움이 있더라도 러시아 시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 회장은 “러시아 시장이 회복됐을 때를 대비해 시장에서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상품·마케팅 전략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유가 영향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러시아 자동차 판매량이 2012년 294만대에서 지난해 160만대 수준으로 반토막나면서 GM과 폭스바겐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속속 철수했다. 올해는 시장규모가 140만대로 더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현대·기아차는 크레타 등 생산 차종을 추가하고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수익이 조금 감소하더라도 제품력을 강화하고 기업 이미지를 높여 향후 러시아 시장이 회복됐을 때 시장 주도 메이커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러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전년 대비 13.5% 감소한 32만4,701대를 러시아 시장에서 판매했다. 시장이 35.7% 감소하면서 시장점유율은 15.1%에서 20.3%로 크게 확대됐다. 러시아 전략 차종인 쏠라리스와 기아차 ‘리오’는 올 상반기에 각각 4만5,930대와 3만9,454대가 팔려 베스트셀링 1위와 3위를 달리고 있다.
한편 러시아공장 점검을 마친 정 회장은 슬로바키아와 체코로 이동해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자동차의 품질을 점검하고 유럽 시장 판매 확대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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