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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없는 삶"… '한세실업맨'의 눈물

고연봉·복지로 취준생 주목받지만

고강도 수출 업무 등에 야근 일쑤

직원 만족도 바닥…조기 퇴사 늘어

지난해 한세실업에 입사했던 김새미(가명·27)씨는 인턴기간 6개월을 마친 후 정직원 전환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주 3일 이상 오전 8시에 출근해 늦은 밤이나 새벽에 택시를 타고 퇴근하는 선배들을 보니 계속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선배들의 높은 퇴사율도 김 씨에겐 부담이었다. 4,000만원 넘는 연봉과 취업난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는 제 발로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돌아갔다.

김 씨는 취업에 재도전 해 지금은 한 공공기관에 다니고 있다. 김 씨는 “연봉이 많은 편이었지만 야근과 주말 근무가 잦고 추가 수당이 따로 없어 시급으로 따지면 많지 않은 수준이었다”며 “어떤 해외 바이어를 만나느냐와 어느 팀을 가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최소 인원으로 팀이 운영돼 업무 강도가 높고 퇴사자가 많이 생겨나는 악순환 구조”라고 말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세실업은 대기업 못지않은 연봉과 복지로 취업 준비생들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조기 퇴사율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봉이 높은데도 퇴사율이 높은 것은 근로조건과 관련 있다는 게 퇴사자들의 지적이다. 한세실업은 야근이 잦고 업무 강도가 높아 동종 업계에서 퇴사율이 높은 편이다. 퇴사자가 늘어나다 보니 평균 근속연수는 낮을 수 밖에 없고 남아 있는 직원들이 맡게 되는 일의 양도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한세실업 국내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4.2년에 불과하다. 5년을 채 다니지 못하고 퇴사하거나 이직하는 셈이다. 특히 여성 직원의 근속연수는 3.75년으로 4년도 안된다.

안성훈(가명·30세)씨도 입사 2년 만에 퇴사했다. 안 씨는 “회사 분위기가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군대 문화로 소통이 잘 되지 않고 수출이 주력 사업이기 때문에 납기일을 맞추느라 해외 업무팀은 낮과 밤이 바뀐 생활을 한다”고 토로했다. 계속된 밤샘 근무로 인해 피로가 누적되고 체력이 저하되다 보니 업무 만족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기업정보 플랫폼인 잡플래닛에 올라온 한세실업의 ‘업무와 삶의 균형’ 부문은 5점 만점에 1.5점에 그쳤다. 안 씨는 “지원자는 많으니 얼마든지 새로 채용하면 된다는 생각에 회사에서는 입사 2~3년차 직원(주임, 대리급)들의 업무 환경이나 퇴사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세실업 측은 근속연수가 낮은 이유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란 업계의 특성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미국이나 해외 유명 의류 브랜드를 하청 생산하다 보니 밤샘 근무나 과도한 업무량으로 퇴사율이 높을 수 밖에 없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세실업을 비롯해 세아상역, 한솔 등 국내 3대 의류 OEM 업계들만 놓고 보아도 한세실업의 근속연수가 1년 이상 짧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적인 경기불황에도 한세실업이 꾸준히 성장하는 이유가 최소 인원으로 최대 효율을 이끌어내는 인력운용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2013년 601억원이었던 한세실업의 영업이익은 2014년 931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매출 2조원에 영업이익 1,423억원을 기록했다. 매년 영업이익이 50% 이상 급증한 것이다. 반면 지난해 직원들의 연봉 상승률은 3.6%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는 연봉보다는 업무와 생활이 균형을 이루는 삶의 질을 추구하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며 “퇴사율이 높을수록 기업의 이미지는 나빠지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 뿐만 아니라 인력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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