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정부 부처별로 박람회가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장관들이 일일이 참석하기에도 힘들 지경이다. 새롭게 개발된 기술과 상품들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박람회에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하지만 어떤 기업들은 이 박람회 참여를 거부한다.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별로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혹스러운 경우는 참여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정부 담당자나 해당 연구기관에서 ‘강력하게’ 참여를 요청할 때이다. 대부분 이런 경우, 기업이 비용을 모두 부담하지만 정부 혹은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한 것처럼 포장된다. 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로 향후 관계를 생각해서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다.
국가 주도의 개발시대처럼 아직도 정부가 기술개발을 선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남아 있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오히려 민간 기업에서 목숨을 걸고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기술이나 아이디어에 신생기업의 사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민간 기업이 박람회에 참여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지 그 이유를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공공기관이 민간에서 일어나는 기술혁신을 가로채면서까지 성과를 과시하는 데 몰두하는 것이다.
일이 더 이상한 것은 박람회가 폐막된 이후에는 서비스가 너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래창조과학부가 해마다 주최하는 창조경제박람회가 있는데 작년 박람회 때 전시되었던 기업, 기술, 상품 등의 정보를 찾아볼 수가 없다. 개최 이전에는 각종 매체를 이용해서 홍보했지만 행사가 끝나면 미래창조과학부를 비롯한 유관기관들의 홈페이지에서 이런 정보를 찾아볼 수 없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 노력이 허무하다. 아직도 일회성 현장 중심의 아날로그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행사가 마친 후 국내외 바이어들이 행사와 관련한 정보를 어떻게 얻을 수 있겠는가? 이거야말로 보여주기 식 전시행정이 아닐까 싶다.
박람회가 폐막된 후 최소한 1~3년 동안은 참여 기업과 상품을 소개하고, 가능하면 사용 후기까지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유지해주어야 판로 개척에 제대로 도움이 될 것이다. 추가로 영어 등 주요 외국어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이 동의하는 경우 기업의 신용도, 거래실적 등의 정보도 함께 제공하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위대한 점은 이미 개발된 기술의 의미를 알아보고 그것을 인간에게 가장 편리하고 아름답게 재구성하는 능력이었다. 각종 박람회가 신기술들의 재평가와 높은 차원에서 융합이 일어나도록 지원하는 ‘공적인 스티브 잡스’의 역할을 맡아주길 기대한다.
※이홍균씨는 1962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한 뒤 국회의원 보좌관, 새누리당 대표 특보를 거쳐 2015년 12월까지 2년 8개월 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정책보좌관을 했습니다. 이후 4·13총선에서 새누리당 광명갑 예비후보로 뛰었고 현재는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에서 국립과천과학관으로 업무가 이관된 (사)미래지식성장포럼의 정책위원으로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