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하고 맨부커상을 공동으로 받은 데버러 스미스가 한국을 찾았다.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인들의 노벨문학상 집착이 당황스럽다는 솔직한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 문학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28·영국)가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스미스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번역해, 작가와 함께 올해 맨 부커 인터내셔널상의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미스는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에 집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그는 “상은 그저 상이고, 작가가 위대한 책을 써서 독자들이 그것을 읽고 음미한다면 작가에게 그보다 더 좋은 보상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또 “나의 ‘채식주의자’ 번역은 완벽하지 않다”며 “번역이란 결코 달성할 수 없는 완벽성을 추구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쳐 나아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번역에 일부 오류가 있더라도 독서의 즐거움과 작품 이해에 저해가 되진 않았다고 자부한다”고 했다.
한국어 공부 비결에 대해서는 “6년 전에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한국어를 배운 지 3년 만에 ‘채식주의자’를 번역했다”며 “한국 문학과 사랑에 빠진 뒤 번역을 하고 싶다는 강한 동기와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한국어를 익힐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채식주의자’ 외에도 한강의 ‘소년이 온다’와 안도현의 ‘연어’를 번역했으며, 배수아의 소설 ‘에세이스트의 책상’과 ‘서울의 낮은 언덕들’을 번역해 각각 올 10월과 내년 초 미국 출간을 앞두고 있다. “배수아 소설은 독특하고 정교하다. 번역가가 도전해서 즐길 만한 작품”이라고 추천했다.
스미스가 설립한 출판사 ‘틸티드 액시스’는 한국문학번역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해마다 한국 문학을 한 권씩 낼 예정이다.
한국문학번역원 초청으로 서울국제도서전 기간(15∼19일) 중 열리는 한국문학 세계화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스미스는 19일 오전 11시 서울 국제도서전 토론회 ‘한국문학 세계화 어디까지 왔나’에서 주제 발표를 할 예정이다.
/김인경인턴기자 izzy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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