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료 협상이 ‘현대상선 구하기’의 핵심과제로 떠오른 것은 지난 1월이다. 현대그룹은 1월 채권단에 제출한 경영정상화 계획에서 용선료를 20~30% 깎겠다고 약속했다. 현대상선은 미국 밀스타인 법률사무소 소속의 마크 워커 변호사를 불러들인다. 워커 변호사는 IMF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 외채 협상을 주도했던 인물로 한국 정부에 미국 월스트리트의 금융 인맥을 소개해준 인연이 있다. 그는 한국이 250억달러 규모의 단기외채 상환을 유예 받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면서 한국 정부가 주는 수교훈장 흥인장을 받기도 했다.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에서 워커 변호사는 변양호 전 보고펀드 대표와 함께 선주들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용선료 협상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5월 중순까지 용선료 협상이 안 되면 법정관리를 보내겠다”고 엄포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난항은 계속됐다. 채권단 관계자는 “선주들 입장에서는 용선료 인하 협상 자체를 낯설어했고 용선료 인하분을 현대상선 주식으로 메워준다는 개념도 생소해했다”고 털어놨다.
결국 첫 데드라인인 5월 중순이 지난 후 현대상선은 주요 컨테이너선 선주들과 한 번에 담판을 짓기 위해 한국 본사로 이들을 소집했다. 그러나 5개 선주 가운데 3개 선주만 모였고 그나마 용선료 협상에 가장 부정적이던 그리스계 조디악이 빠지면서 협상단에는 급격히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결국 18일 협상은 결렬됐고 19일 예정됐던 전체 선주들 대상 컨퍼런스 콜까지 취소됐다. 현대상선이 정말 법정관리로 갈 수 있다는 부정적 관측도 나왔다. 임 위원장은 다시 “용선료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법정관리 행”이라며 쐐기를 박는다.
그러나 지난주 후반부터 조디악이 용선료 협상의 큰 틀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한다. 결국 사채권자 집회를 하루 앞둔 30일 산업은행은 “용선료 조정에 대한 상당한 진척을 이뤘고 조속한 시일 내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연선기자 blueda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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