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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선강퉁(深港通·홍콩과 선전 증시간 교차 매매 허용)'이 시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중국 선전증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근에는 선전 증시가 앞으로 5년 안에 세계 최고의 증시로 거듭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돼 선전 증시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4억달러 규모의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웨이스 멀티스트래티지 어드바이저스의 조르디 비세르 투자책임자는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선전종합지수가 올 연말 무렵부터 유사한 성격의 글로벌 지수들보다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기 시작해 3~5년 내로 모두를 압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해외 펀드들은 선강퉁이 시행되자마자 선전 증시에 전례 없는 속도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가 선전 증시의 잠재력을 이처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중국 경제가 제조업 중심의 '규모의 경제'에서 기술 효율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 미국의 창업 열풍 속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아마존 같은 대형 정보기술(IT)기업들이 탄생했던 것처럼, 중국도 수년 내에 기술 분야에서 수많은 '성공신화'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첨단 기업들의 비중이 높은 선전증시는 이 과정에서 특히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그는 예측했다. 대형 국영기업들이 주를 이루는 상하이증시와 달리 선전증시는 IT 및 헬스케어 관련 기업이 전체 시가총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육박한다. 이 같은 전망을 토대로 비세르 투자책임자는 선전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투자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선전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52.56배로 기술주 중심의 미 나스닥(30.06배)과 비교했을 때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17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으로 선전종합지수가 연초대비 23.24%가 빠지면서 PER는 40.55배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아울러 올해 선전증시 상장기업들의 매출이 37% 증가하고 PER이 연말 기준 23.66배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나스닥의 PER 전망치(20.10배)와의 차이는 거의 사라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선전증시를 둘러싼 고평가 논란도 점차 힘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선전증시의 매력은 과도한 부채와 성장률 정체로 부진한 국영기업에 발목이 잡힌 상하이증시와 비교하면 더욱 빛날 것으로 보인다. 비세르 투자책임자는 현재 17조8,300만위안 안팎인 선전증시의 시가총액이 조만간 상하이증시의 시가총액(24조1,900만위안)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선전 증시에는 건실하게 성장하는 많은 기업들이 있다"며 "수익이 늘어나고 시장이 안정되면서 PER도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16일 전국인민대표자회의 폐막 직후 기자회견에서 "선강퉁 연내 실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해 외국인들의 선전증시 투자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조만간 사라질 것임을 시사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의 팡싱하이 부주석도 15일 전인대 행사장에서 "증감회 내부 준비는 완료됐으며 기술적인 준비 기간이 4개월 가량 필요하다"며 "(선강퉁이) 올 하반기에는 정식 시행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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