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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도 전문식당 수준의 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풀무원 메뉴개발팀의 박경리(32) 메뉴개발사는 8일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메뉴개발을 위해 요리만 잘 알면 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며 “아무리 훌륭한 제품이라도 식품제조에 필요한 공정과 기계 등에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야 맛깔스러운 제품이 탄생된다”고 역설했다. 박 메뉴개발사는 업계에서는 드물게 남성인데다 대학에서 자동차공학을 전공했던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현재 샐러드 드레싱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생가득 샐러드 드레싱’ 등 풀무원의 히트상품 배출에 일등 공신이다. 대표적인 서양요리인 샐러드 드레싱에 녹차ㆍ참깨ㆍ흑임자 등 한국 고유의 전통 소재를 활용해 재탄생시킨 주인공이다. 생가득 샐러드 드레싱은 오일함량을 낮추면서도 생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려낸 프리미엄 샐러드로 출시와 동시에 기존 제품을 누르고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그가 천연재료를 바탕으로 개발, 시내 유명 맛집 수준의 국물맛을 가정에서도 쉽게 낼 수 있는 가정용 요리국물인 ‘맛있는 요리국물’ 제품이 최근 출시, 대박상품을 예고하고 있다. 박 메뉴개발사는 대학에서 자동차공학을 전공하던 평범한 공대생이었다. 그러던 그는 대학시절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이탈리아 레스토랑 주방에서 요리를 처음 알게 됐다. 대학졸업 후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일본으로 건너가 4년간 요리공부를 했다. 문부성 장학금으로 일본의 수많은 유명 요리사를 배출한 도쿄 조리사 전문학교에서 2년간 일식을 전공했다. 그가 메뉴개발팀에서 하는 일을 보면 그야말로 멀티플레이어다. 신메뉴 제안에서 자사 제품을 이용한 요리 제안은 물론 식품 및 기계와 관련된 일본어 통ㆍ번역 업무까지 맡고 있다. 개발한 제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일 때 일의 보람을 느끼고 음식점처럼 바로 먹는 게 아니고 소비자전달까지 갭이 있어 목표포인트에 미치지 못할 때 아쉬움이 남는다고 그는 말한다. “인공 조미료의 맛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이 많은 현실에서 식자재 사용에 관한 엄격한 내규를 지키고 보존료ㆍ착색료ㆍ인공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맛 있고 새로운 컨셉트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으나 그래도 고객들의 웰빙 먹거리를 위해 메뉴개발은 끊임없이 하겠습니다.” 경남 진해 출신으로 일본에서 귀국한 지난 2003년에 풀무원에 입사한 그는 정신 없는 직장생활에서도 소프라노 색소폰을 부는 취미를 가질 정도로 다재다능한 호남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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