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하의 여파로 달러약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수익을 좇는 국제투자자금이 이머징마켓으로 몰려들고 있다. 글로벌 투자가들은 모기지시장 불안으로 미국의 경기둔화가 우려되는데다 유럽연합(EU) 국가의 거시경제가 불안정한 모습을 보임에 따라 ‘역시 이머징마켓’을 외치며 신흥시장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투자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고 미국과 EU에 비해 높은 채권 수익률, 경기호조에 따른 주식시장 강세 등이 이머징시장으로 국제 투자자금이 쇄도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남미 최대 경제를 자랑하는 브라질의 헤알화는 지난 8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1달러당 2헤알을 웃돌았지만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하 조치가 가시화되면서 통화가치가 가파르게 상승, 현재 1.85헤알을 밑돌고 있다. 이는 7월24일 이후 두달 만에 최고 수준이며 올해 전체로는 통화가치가 15.8%나 급등해 주요 이머징국가 중 가장 빠르게 통화가치가 올랐다. 미국 금리인하 여파로 한국 원화를 비롯해 말레이시아 링깃, 싱가포르 달러, 태국 밧, 러시아 루블, 체코 코루나, 페루 솔화 등 대부분의 이머징마켓 통화가 9월부터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통화가치 상승에 힘입어 이머징시장은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 투자처로 다시 부상하고 있으며 글로벌 투자자금을 흡수하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시장불안이 가중되면서 이머징국가들의 주식시장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인도 뭄바이 센섹스지수는 26일 처음으로 1만7,000선을 돌파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홍콩 항셍지수와 싱가포르 ST지수도 27일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해외 투자가들은 지난주에만 인도 증시에서 30억달러의 순매수를 보이며 주가상승을 이끌었고, 이러한 외국인 투자가들의 자금 유입으로 인도 증시는 올 들어 23%나 급등했다. 미국 다우존스지수가 올 들어 11% 오른 것에 비해 브라질 보베스타지수는 34%, 페루 리마종합지수는 67%, 홍콩 항셍지수는 35% 급등했고, 상하이종합지수는 100%의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ㆍ유럽의 금리동결, 인하 조치로 금리 가산금리가 다시 확대되면서 이머징국가들의 채권시장에도 글로벌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11.25%로 미국 연방기금 금리보다 2배 이상 높고, 2008년 1월 만기 국채수익률은 11.04%에 달한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이머징마켓 국가의 고수익 고위험 상품이 한계상황에 도달했으며 버블붕괴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자금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이머징국가 채권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저리의 엔화자금을 빌려 이머징국가의 고수익 상품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8월 국제 금융시장 불안으로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이머징국가가 다시 각광을 받으면서 엔캐리 투자가 부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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