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석은 7일 중국 하이난성 싼야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기조연설에서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지역 및 세계를 혼란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서로 부딪혀 나타나는 갈등은 평화적인 대화로 해결해 상호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구체적으로 나라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일본과 베트남, 아시아 회귀를 선언하며 동아시아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미국과 함께 북한의 전쟁도발을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이어 "아시아에서 전통적인 안전위협과 비전통적인 안전위협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지역안정을 위해 각국의 상호신뢰와 공동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위협은 정치ㆍ군사충돌, 비전통적인 위협은 경제ㆍ사회갈등으로 북한의 위협을 전통적인 위협이라는 우회적 표현으로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이번 보아오포럼에서 시 주석은 주요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의 위상을 강조하듯 아시아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주력했다. 기조연설에서 그는 "아시아가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으로 아시아의 발전이 전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며 "아시아 각국은 자국 실정에 맞춰 자신만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글로벌 경제회복 및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포럼 개막에 앞서 시 주석은 이틀간 미얀마ㆍ카자흐스탄ㆍ페루ㆍ멕시코ㆍ핀란드 등 6개국 정상들과 연쇄 정상회담을 열어 협력관계를 논의했다. 특히 시 주석은 국경을 맞댄 주변국들에 공을 들였다. 5일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기술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6일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는 상하이협력기구(SOC)의 발전과 에너지ㆍ교통ㆍ농업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SOC는 2001년 6월 출범한 중국 주변국가 간의 군사협력과 테러ㆍ분리주의 공동대응을 위한 협의체로 중국ㆍ러시아ㆍ우즈베키스탄ㆍ카자흐스탄ㆍ키르기스스탄ㆍ타지키스탄 등 6개국이 정식 회원국이다.
이번 보아오포럼은 시진핑 체제에서의 첫 대외행사인 만큼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와 샤오완창 전 대만 부총통을 비롯해 크리스틴 라가르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했다. 또 민간에서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 미무라 아키오 신일본제철 회장, 제인 압달라 펩시 회장 등이 포럼을 찾았다. 게이츠는 개막 전 연설에서 "중국이 30년 만에 6억명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하고 농민소득을 15배나 늘린 것은 기적"이라며 중국의 빈곤퇴치 노력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한덕수 무역협회장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최태원 SK 회장의 후임으로 보아오포럼 이사에 선임돼 시 주석은 물론 아시아 지역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네트워크를 넓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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