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공정위와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채권단의 금호산업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법리검토를 벌인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법리검토의 쟁점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790억원 규모의 금호산업 CP를 출자 전환하는 방식으로 금호산업에 자금을 지원하려는 채권단의 경영정상화 방안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금지 규정에 어긋나는지 여부였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산업의 자회사로 해당 CP를 출자 전환할 경우 상호출자 상태가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의 상호출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 구조조정 목적의 '대물변제'는 상호출자의 예외조항으로 인정돼 6개월 내 주식을 팔기만 하면 된다. 대물변제는 채무자가 빚을 갚기 위해 채권자에게 현금 대신 주식 등을 건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채권자와 채무자가 동의해 같은 금액의 채권과 채무를 소멸시키는 '상계'에 해당하면 상호출자를 할 수 없다.
앞서 주채권은행인 금호산업 정상화를 위해 ▦아시아나항공 보유 CP 790억원 출자전환(13%) ▦채권단의 무담보채권 508억원 출자전환 ▦박삼구 회장 등기이사 선임 추진 등을 담은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금호석유화학이 아시아나항공 CP 출자전환 안건에 대해 공정위에 '상호출자 금지 예외 조항(대물변제)'에 해당하는지 공식 질의하면서 금호산업 정상화 방안은 암초에 걸렸다.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다. 2010년 금호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과 형제의 난을 벌였던 박찬구씨가 회장이다. 금호석화 측은 이번 출자전환이 상호출자금지 규정의 예외가 적용될 수 있는 대물변제가 아니라 상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고심 끝에 금호산업 출자전환을 대물변제로 해석했다.
이번 출자전환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CP에 대해 금호산업이 신주를 발행해 갚는 행위인데 이는 채무에 대해 같은 가치의 물건으로 갚는 대물변제 개념에 가깝다는 것이 공정위 논리다. 공정위는 지난 2010년 쌍용건설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법원이 내린 판례 역시 출자전환 자체를 상계로 본 것이 아니라 출자전환에 따른 채권소멸의 범위와 효과를 놓고 한 판단에 가깝다고 간주했다. 공정위가 문제의 상호출자를 상계로 판단했다면 상호출자를 전제로 한 당초 금호산업 정상화 방안의 재검토가 불가피했었다.
공정위가 채권단의 손을 들어주면서 금호산업 정상화 방안은 탄력을 받게 됐다.
채권단은 다음달 중순까지 채권단 보유 무담보채권 508억원어치의 출자전환 및 아시아나항공 보유 CP 출자전환을 마칠 예정이다. 또 조만간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위한 이사회를 열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대한 등기이사 선임안을 통과시킨 뒤 이를 11월 중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확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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