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업체들이 해외에서 라이선스로 들여온 브랜드를 역(逆)수출하거나 아예 브랜드를 인수해 해외매장을 늘리는 등 글로벌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 브랜드들은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한다는 부정적 시각을 벗고 뛰어난 디자인 감각과 품질로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30대 미시족을 대상으로 한 여성복 ‘크로커다일’을 생산하고 있는 형지어패럴은 지난 4월 말 ‘카텔로 레이디스’라는 브랜드로 중국시장에 진출했다. 카텔로(Cartelo)는 크로커다일의 중국어 외래어 발음으로 한달여 만에 10여개의 매장을 오픈할 정도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특히 상하이의 대표적 백화점인 동방상사에 입점한 여성의류 브랜드 중 매출 1ㆍ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가 있다. 크로커다일은 지난 53년 싱가포르에서 만들어진 남성복 브랜드. 형지어패럴은 96년 크로커다일 라이선스로는 세계 최초로 여성복을 론칭해 지난해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병기 상하이지사장은 “중국에 진출한 국내 브랜드들이 대부분 고가전략을 고수하는 데 반해 카텔로레이디스는 중가 고품질 전략을 통해 25~35세대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면서 “세련되고 앞선 패션 트렌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중국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과 고품질에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인 ‘라푸마’를 라이선스로 생산하고 있는 LG패션도 지난해 6월부터 홍콩에 등산용 스틱과 양말ㆍ등산화 등 등산용품을 수출하고 있다. 지금까지 판매된 물량은 약 5,000개 정도. 프랑스 유아복 ‘압소바’를 라이선스로 생산하고 있는 이에프이는 지난해 3월부터 중국에 제품을 역수출하고 있다. 이에프이가 중국 수출에 나선 것은 지난해 프랑스 본사가 중국에서 유아복을 판매하고 있는 대만업체 선워드사와 라이선스를 맺으면서 오는 2008년까지 모든 제품을 한국에서 공급받을 것을 제시했기 때문. 임용빈 대표는 “프랑스 본사가 이에프이의 디자인 및 생산능력을 높이 평가했기에 가능한 일”이라면서 “본사가 생산하지 않는 제품을 역수출해 전세계 유통망을 통한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MCM과 루이까또즈는 원래 라이선스로 브랜드를 들여왔다 국내 시장의 성과를 바탕으로 아예 브랜드를 인수해버린 경우. 성주디앤디는 독일의 패션잡화 브랜드인 MCM을 지난해 11월 인수하고 독일 현지에서 대대적인 리뉴얼 행사를 개최한 데 이어 뉴욕ㆍ밀라노 등지에 지사를 설립하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있다. 90년부터 패션잡화 브랜드 루이까또즈를 라이선스로 판매해온 태진인터내셔널은 프랑스 본사의 방만한 경영으로 브랜드 가치가 크게 떨어지자 지난해 11월 360만달러에 브랜드를 인수했다. 태진인터내셔널은 올 들어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단행하는 한편 말레이시아ㆍ일본에 매장을 오픈하는 등 글로벌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8월에는 중국에 3개의 매장을 새로 열고 10월에는 홍콩공항 면세점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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