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가 너무 필요해’ 경제 침체기 때마다 리스크 회피용 안전 자산으로 각광 받아온 금마저 달러를 확보하려는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로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 달러화의 급등을 금값 하락의 첫번째 원인으로 꼽고 있다. 통상적으로 달러화가 오르면 대체 투자 수단으로서 금의 매력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 유럽 경제의 침체로 지난 7월 유로당 1.60달러까지 육박했던 유로화가 27일 현재 1.25달러 대까지 내려앉은 것이 금 값 하락의 주범이라는 얘기다. 금융기관 등이 자금 확보를 위해 금 매각에 나서는 것도 금 값 하락을 키우는 요인이다. 펀드의 파산으로 이른바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을 받은 일부 부호들의 경우 금 선물 계약을 내다 파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금 최대 소비국인 인도가 자국 통화인 루피화의 가치 절하로 금 구매력이 크게 줄어든 점도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저리의 금을 빌려 시장에서 유동성을 확보한 뒤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미국 귀금속 컨설팅 업체인APMA의 제프리 니콜라스 이사는 “각국 중앙 은행들이 최근 금 대여를 늘리고 있는 것이 금값의 하락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값은 이 달 초 만하더라도 온스당 900달러를 오르내렸지만, 지난 23일 온스당 714.70달러까지 빠져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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