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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여행에는 낭만이 있다. 덜컹거리는 소음마저 정겹다. 사람들은 활기차다. 가족들의 이야기, 연인들의 로맨스, 친구들의 장난이 열차 안을 시끌벅적하게 한다. 배도 부르다. 삶은 달걀에 사이다에, 정차한 역에서 급히 먹는 우동도 꿀맛이다. '관광전용열차'가 인기다. 관광전용열차는 매력적인 디자인과 흥미로운 시설로 채워졌다. 놀이터와 이벤트가 있고 승무원들은 흥을 돋운다.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관광지를 만들고 지역에는 활기를 불어넣는다.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과 전통적인 풍물이 살아 있는 곳들이다. 현재 다양한 관광전용열차가 운행 중이다. 지역을 기준으로 할 경우 '5대 철도관광벨트'를 만날 수 있다. 중부내륙벨트(V-train·백두대간협곡열차, O-train·중부내륙순환열차), 남도해양벨트(S-train·남도해양열차), 평화생명벨트(DMZ-train·평화열차), 강원청정벨트(정선아리랑열차·A-train), 서해골드벨트(G-train·서해금빛열차) 등 모두 5개의 코스가 전국을 누빈다. 서비스가 독특한 관광전용열차로는 럭셔리 '레일크루즈 해랑'을 비롯, 바다를 마주 보고 달리는 '바다열차', 교육·문화여행을 표방하는 'E-트레인(train)', 맛있는 '와인·시네마열차', 전국 전통장터를 찾는 '팔도장터 관광열차' 등을 즐길 수 있다.
◇한반도를 덮는 5대 철도관광벨트=이달 4월은 코레일이 운영하는 '5대 철도관광벨트'가 도입된 지 2주년이다. 지난 2013년 4월12일 중부내륙열차(V·O-train)가 상업운행을 시작한 후 최근 서해금빛열차 도입까지 5대 벨트가 완성됐다. 즉 열차를 타고 전국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는 여건이 됐다는 말이다.
가장 최근인 2월 상업운행을 시작한 서해금빛열차는 장항선을 따라 아산온천·수덕사·남당항·대천해수욕장·국립생태원·군산근대문화유산거리·보석박물관 등 아산·예산·홍성·보령·서천·군산·익산의 서해 7개 지역을 찾아간다.
서해금빛열차의 외부 디자인은 7개의 반짝이는 보석패턴을 담아 각 지역의 관광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열차가 달리면 보석가루가 흩날리는 듯한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기에 세계 최초의 한옥식 '온돌마루실'과 달리는 '족욕카페' 등 특이한 시설이 설치돼 있다.
5대 철도관광벨트는 2013년 4월 중부내륙벨트가 운행을 시작한 후 같은 해 9월 남도해양벨트가 나왔고 그 뒤 2014년 4월 평화생명벨트가 운행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 상업운행을 시작한 정선아리랑열차는 특이하게 지역 이름이 붙어 있다. 이름 그대로 서울 청량리역에서 제천과 영월을 거쳐 정선 아우라지까지 운행한다. 지역 명칭 사용은 열차에 정선의 삶·자연·춤사위와 소리를 고스란히 실었다는 의미에서다.
열차별로 운행지역을 보면 중부내륙벨트는 2종류로 이 중 중부내륙순환열차(O-train)는 서울역에서 출발해 제천~철암~분천~영주역을, 백두대간협곡열차(V-train)는 영주~분천~철암역을 운행한다. 남도해양벨트의 남도해양열차(S-train)는 부산~보성역, 서울역~여수엑스포역을 각각 운행하고 평화생명벨트의 평화열차(DMZ-train)는 서울역에서 출발해 문산~도라산역과 서울역~연천~백마고지를 각각 운행한다.
관광열차가 지나는 지역의 경제적 이익도 막대하다. 코레일은 첫 관광전용열차인 중부내륙열차가 운행해 들어간 후 지난해 말까지 1년8개월 동안 총 89만명이 '철도관광벨트'를 이용하고 115억원의 수익을 창출했다고 집계했다. 여기에 생산유발 1,698억원, 취업유발 2,146명의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교육에서 와인까지… 입맛따라 즐기는 기차여행=국내 관광전용열차의 효시는 2008년 11월 운행을 시작한 '레일크루즈 해랑'이다. 호텔과 기차여행을 결합한 크루즈(유람선) 같은 열차를 표방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중저가 여행에 치중하던 국내 열차관광 상품에 고급화·프리미엄화를 불러왔다.
고급인테리어와 함께 장거리 여행객을 위해 맞춤형으로 제작된 객실에는 침대·소파·화장실·샤워실·TV 등 여행과 휴식에 필요한 모든 편의시설을 갖췄다. 달리는 열차 내에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하며 와인과 맥주 등을 비롯해 다양한 음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고급 레스토랑 칸과 함께 아카펠라·마술·악기 등 승무원들의 특별공연과 다양한 문화이벤트가 펼쳐지는 이벤트·라운지 칸도 매력적이다.
몰론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표값이 싸지는 않다. '해랑'의 상품가격은 2박3일 아우라(전국일주) 코스가 1인 기준(2~4인실) 74만~145만원, 1박2일 씨밀레(서남부권)·해오름(동남부권) 코스는 48만~96만원선이다.
독특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열차로는 지난해 7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교육전용열차 'E-트레인(train)'이 있다. E-트레인은 여행 중에도 강연, 세미나 이벤트 등을 할 수 있다. 세미나 및 영상교육을 할 수 있는 에듀실, 방송 3D 프로젝터가 설치된 이벤트실, 게임 놀이가 가능한 다목적실, 이색 토론회를 할 수 있는 전망실 등을 갖추고 있다. 이름처럼 바다를 내려다보는 '바다열차'는 서울에서 출발해 정동진을 거쳐 동해안을 따라 내려간다. 강릉~동해~삼척을 잇는 58㎞ 동해안 코스를 달리는 이 열차는 선로를 따라 펼쳐진 아름다운 해양경관과 주변 관광자원을 연계했다.
이밖에도 주요한 관광전용열차로서는 동해 북평민속시장, 경산 하양공설시장, 부안 부안상설시장 등 전국 대표 전통시장으로 떠나는 '팔도장터 관광열차'와 함께 영화도 보고 와인도 즐길 수 있는 '와인·시네마열차', 경상북도 내륙지역의 중심을 도는 '경북관광순환열차', 자전거 거치용 객차가 설치돼 있고 자전거여행지를 도는 '에코레일(Eco-Rail) 자전거투어열차' 등이 있다.
◇철도관광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올해는 기차가 단순한 교통수단으로뿐 아니라 관광활성화의 주역으로 떠오른 해다. 한편 기차 자체가 국내에 도입된 지는 올해로 116년째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국내 '기차'라는 형식이 처음 나타난 것은 구한말인 1899년이다. 그 해 5월17일 노면전차가 서대문~청량리 8㎞ 단선궤도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당시의 교통수단으로서는 마차나 가마뿐이었기 때문에 사람이나 말이 끌지 않는 이런 전차는 신기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덧붙여 국내에 처음으로 자동차가 도입된 것은 한참 후인 1903년이다.
시내전차가 아닌 본격적인 기차운행은 1899년 9월18일 경인철도가 개통되면서다. 경인선은 서울 노량진과 인천 제물포 사이 33㎞를 달렸다. 당시 속도는 시속 20㎞ 정도였다고 하니 마라톤선수의 속도와 비슷한 셈이다. 그 이후 1905년 경부선, 1906년에 경의선이 차례로 개통하면서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철도시대에 돌입한다.
고속열차(KTX·Korea Train eXpress) 운행은 2004년부터 시작됐다. KTX는 1992년 서울~부산 공사를 착공해 2004년 4월 본격적인 운행을 시작했다. 거꾸로 KTX의 운행은 기차의 용도에 대해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KTX가 철도의 주역을 차지하면서 기존 저속 열차인 새마을호·무궁화호의 활용방안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이다. 또 KTX가 지나가지 않는 지선 선로의 활용도 필요하게 됐다.
이에 따라 2008년 최초의 관광전용열차로 '레일크루즈 해랑'이 상업운행을 시작했고 이것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본격적인 국내 관광열차 시대를 맞게 됐다. 특히 5대 철도관광벨트 조성은 전국 철도노선의 체계적인 이용을 위한 대표상품이 됐다.
관광전용열차들은 자연경관이 빼어난 철길·간이역과 지역 관광자원을 체계적으로 묶어 네트워크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관광수요·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부양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일례로 경상북도 분천·양원역, 강원도 철암역 등 하루에 10명도 찾지 않는 시골 마을에 하루 1,000여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전통시장 등이 활기를 찾는 등 낙후지역이 살아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관광전용열차를 운행하는 코레일 측은 "2017년 말께 원주~강릉 복선전철 개통 이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한 '강원청정 철도관광벨트'를 추가로 구축하고 더 나아가 유라시아 구상에 맞춰 철도관광 실크로드로 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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