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기업들이 부채비율을 줄이는 데 급급해 투자에 소홀하면서 성장 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차입금 가운데 단기성 차입금 비율이 세계 주요 기업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돼 예기치 못한 금융환경 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주요 업종별 국내외 대표기업의 경영성과 비교’에 따르면 국내 대표기업의 부채비율은 세계 주요 기업보다 크게 낮고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크게 높은 수준이었다. 이 조사는 지난 2003~2005년 음식료ㆍ화학ㆍ철강ㆍ전기전자ㆍ자동차ㆍ통신 등 6개 주요 업종의 국내외 상위 3개 대표기업과 포천 글로벌 500위 내의 동일 업종 가운데 매출액 상위 3대 기업을 비교한 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표기업들의 부채비율 평균은 2003년 124.4%, 2004년 111.4%에 이어 2005년 99.5%로 떨어졌다. 반면 세계 주요 기업의 부채비율 평균은 2003년 220.8%, 2004년 192.8%, 2005년 182.3% 등으로 한국 대표기업들보다 훨씬 높았다.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세계 대표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게 나쁘지는 않지만 보수적 경영과 투자 부진이 앞으로 성장잠재력 약화로 이어져 글로벌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또 총차입금 가운데 단기성 입금 비중의 경우 국내 대표기업의 평균이 지난해 53.1%로 세계 주요 기업(30.0%)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예상치 못한 금융환경 변화나 경제적 충격이 발생했을 때 국내 기업들이 취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3.2%로 세계 주요 기업(3.4%)에 다소 못 미쳐 앞으로 기술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될 수 있다고 한은은 밝혔다.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은 국내 대표기업의 평균이 2004년 24.1%에서 2005년 5.8%로 크게 둔화한 데 비해 세계 주요 기업은 4.2%에서 5.9%로 오히려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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