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체류 중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간) 4ㆍ29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정 전 장관은 자신의 옛 지역구인 전주 덕진을 정치 재기의 무대로 선택했다. ★서울경제 1월9일자 2면 참조 이에 따라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민주당에서 정 전 장관 공천 및 역할론 등을 둘러싼 당내 계파갈등과 세력재편 가능성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4ㆍ29재보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미국 유학 중인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국내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 거물급 원외 인사의 원내 복귀 또는 정치활동 재개 움직임에도 가속도를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13년 전 처음 정치를 시작했던 고향으로 돌아가 새롭게 출발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전 장관은 출마 이유에 대해 "나는 정치인이고 정치인은 정치 현장에 국민과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가 도달한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신의 출마와 관련한 당내 일부 반발에 대해 "비판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달게 감수하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이어 그는 "공천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물음에 "정동영이 들어가 (당에) 도움이 된다면 그런 일(낙천)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정 전 장관의 출마 선언으로 공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민주당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무엇보다 호남 지역 '개혁공천'으로 수도권에서 바람을 일으킨다는 당의 전략에 있어 정 전 장관은 커다란 걸림돌이다. 당의 대선후보를 지내 아직까지 당내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다 덕진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그를 무조건 내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등장으로 주류와 비주류 간 정면출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자칫 계파정치가 부활하는 날에는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당이 적전분열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7월6일 당권을 쥐고 '뉴민주당 플랜'을 내세우며 당을 장악해온 정세균 대표에게 정 전 장관은 특히 부담이다. 정 대표는 정 전 장관 출마 소식을 접하고 "당의 책임 있는 모든 분들에게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원칙이 중요한 덕목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 전 장관의 등장은 지난해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국내외에서 '신중행보'를 보여온 다른 여야 주요 인사들의 정치활동 재개에 하나의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귀국 초읽기에 들어간 이 전 최고위원에게 정 전 장관은 여권 내 입지를 다지는 데 있어 중요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본인은 "귀국하더라도 정치와 거리를 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이명박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의 역할분배 차원에서 자리정리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음주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되는 박희태 대표의 재보선 출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벌써부터 그가 전날 재선거 지역으로 확정된 울산 북구에서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나오고 있다. 야권의 손 전 대표와 김 전 의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에게도 정 전 장관 복귀는 정치 재개의 자극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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