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통상질서, 양자간 FTA에 힘실릴듯 농업분야 관세등 선진국-中·印 입장차 못좁혀WSJ "무역대국 파워 개도국으로 이동" 진단도세계경제 영향은 "부정적" "교역 확대" 엇갈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보다 진전된 자유무역을 위해 지난 7년간 계속돼온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이 최종 타결을 눈앞에 두고 무위로 돌아갔다. 전문가들은 향후 1~2년간 회담 속개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계를 아우르는 자유무역체제를 완성하려던 지구촌의 다자간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함에 따라 양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29일(현지시간) 오후 제네바 WTO 사무국에서 DDA 무역협상과 관련,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주요국 각료들은 지난 25일 농업과 비농산물(NAMA) 분야의 자유화 세부원칙들(modalities)에 관한 잠정 타협안을 마련하는 등 중대한 진전을 이뤘지만 농업 분야의 개도국 긴급수입관세(SSM) 발동요건 완화 등 남은 쟁점을 놓고 미국과 인도ㆍ중국 등 무역 대국이 재격돌하면서 아무런 합의도 도출하지 못했다. 장장 9일에 걸친 ‘역사상 최장기’ 각료 회담을 무위로 돌린 것은 농업 분야 관세부과 문제였다. 미국 등 선진국은 개도국이 긴급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SSM의 발동 요건과 관련, 수입물량 증가분을 기준물량(과거 3년 평균)보다 40% 이상으로 결론 내린 잠정합의안 내용을 ‘10% 이상’으로 완화시켜야 한다는 인도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국이 보조금을 70% 삭감, 연간 약 144억달러로 줄이겠다며 인도의 양보를 요구하자 인도는 “미국의 현재 보조금 지급 수준은 70억~90억달러”라며 개도국 입장을 반영하지 않은 미국측 요구는 비합리적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와 함께 미국ㆍ유럽ㆍ중국ㆍ인도 등 세계무역대국(G7)은 ▦개도국의 분야별 자유화협상 참여 ▦미국의 면화보조금 삭감 ▦공산품 분야에서 WTO 최근 가입국 대우를 비롯한 9개 잔여 쟁점을 놓고 마라톤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만 확인한 채 돌아서야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회담에서 무역 대국의 파워가 미국ㆍ유럽 등 선진국에서 중국ㆍ인도ㆍ브라질 등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협상 결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협상 결렬이 가뜩이나 신용시장 위기로 흔들리고 있는 글로벌 경제 여건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제 다자무역 체제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WTO의 국제적 위상과 역할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선진국-신흥개도국 간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확인된 만큼 한동안은 다시 만날 새로운 모멘텀이 조성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올해 말 미국 대선과 내년 8월로 다가온 라미 총장의 임기 만료 등을 감안할 때 전세계 153개국을 다시 한자리로 이끌어내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전개된 가장 큰 이유 역시 선진국ㆍ신흥개도국을 불문하고 자국 이익에만 집착하는 이기주의라는 것이 확인되면서 각국의 보호주의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회담 결렬에도 불구, 세계 교역규모는 확대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블룸버그는 WTO 자료를 인용, 지난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종료 무렵 상호 간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80개에 불과했으나 오는 2010년까지 400개에 이르며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통신은 “이번 협상 결렬이 국제 교역에 미치는 악영향은 없다”며 “회담 결렬 이후 이미 중국ㆍ칠레ㆍ콜롬비아ㆍ캐나다 등이 독자 행보에 돌입하고 있다”고 양자간 회담의 확대를 예상했다. 회담 자체의 경제적 실익 역시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다. 블룸버그통신은 도하라운드가 시작된 2001년 세계은행이 예상한 회담 타결 성과는 8,500억달러에 달했으나 WTO 측의 자료에 의하면 이로 인한 경제적 실익은 500억~1,000억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세계 경제에서 도하라운드가 창출할 것으로 추산되는 부의 규모를 1,000억달러, 전체 교역규모 대비 비율로 0.1% 수준에 그친다고 평했다. 그러나 세계통상질서의 대세가 양자간 FTA 체결로 옮겨가게 되면 기본적으로 양자협상에서 강대국이 주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약소국에는 더욱 힘든 싸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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