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던 30대 '안정규' 씨는 정규직으로 전환돼, 미루고 피하던 결혼을 했다. 목돈이 없었지만 공공임대주택 덕분에 소박한 보금자리를 꾸렸고 두 아이는 공공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집값과 보육비가 절약되니 아이들을 키우는 부담이 크지 않다. 대학 서열화가 줄어들고 중소기업에도 좋은 일자리가 생기면서 아이들의 사교육도 예전만큼 치열하지 않다.
몇 년 전 경제민주화 입법이 실현됐다.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하청업체들의 이윤을 가로채지 못하고 기업의 이윤은 노동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게 됐다. 최저임금이 오르고 비정규직은 크게 줄었고, 정부는 고소득층의 세금 증가로 세수가 늘어나 적극적 복지 정책을 폈다. 대기업들이 내는 세금이 늘어나면서 기초 연금이 2배 가까이 많아지자 노인층도 훨씬 편해졌다. 의료비도 거의 무료라 연금으로 80만 원 정도만 받아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내던 민간보험료를 아낀 덕도 있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운동과 건강관리를 할 수 있게 되자 먹던 약도 줄이게 됐다. 동네에서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도서 지도도 하고 반찬 도우미로 나서는 어르신이 늘어났다.
재정 확대로 공적 기관들도 함께 좋아졌다. 질 높은 공공어린이집, 국공립요양원, 국립대학, 국공립병원이 늘어났고 생활협동조합이나 노동자협동조합 같은 다양한 비영리 사회적 기업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소득이 올라가고 질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내수 경제가 살아나자 경제도 탄탄해졌다. 다양한 중소기업과 벤처산업, 문화산업 등 국내 경기가 좋아지면서 진정한 창조경제가 시작됐다.
2020년, 먼 미래도 아니고 꿈같은 상상도 아니다. 불평등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생산적 선순환으로 돌아서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저자들은 앞으로 5~6년만 잘 하면 "우리 손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미래"라며 희망을 담아 이 같은 에필로그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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