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8월 첫 4주간 미국의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수입량은 하루 87만8,000배럴로 2009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사우디의 대미 원유 수출량은 하루 132만배럴에 달했는데 거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반면 지난달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은 1986년 이후 2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5년 전보다 65%나 급증했다. 미국산 셰일 원유가 사우디 수입물량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미국의 해외 에너지 의존도는 앞으로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사우디의 글로벌 에너지 권력 유지를 위한 다중가격전략이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 사우디는 미 에너지산업 견제 등을 위해 올 7월까지 미 루이지애나산 경질유보다 배럴당 2달러 정도 싸게 미국에 수출해왔다. 하지만 이 격차는 이날 현재 배럴당 1.27달러로 줄었다.
또 에너지컨설팅회사인 터너메이슨에 따르면 사우디가 지난해 미국에 아시아보다 배럴당 5.64달러 할인된 가격으로 원유를 수출하면서 입은 손실은 26억달러로 추산된다. 터너메이슨은 "사우디는 대미 영향력 유지를 위해 하루 100만배럴 공급은 유지하려 하겠지만 수요공급 측면에서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우디는 중국 등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으로 부상했고 오는 2035년까지 아시아의 액체연료 수요는 44%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가 대미 수출 원유의 할인폭을 줄이면 미국의 셰일 혁명이 가속화하면서 2020년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에너지 독립 시기도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미국은 올 1·4분기 하루 1,1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면서 지난해 말 세계에너지기구(IEA)가 전망한 2016년보다 2년이나 빨리 세계 최대 원유생산국 지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미국은 대외 에너지 의존도가 줄어들 경우 중동 등 지정학적 분쟁지역에서 지금보다 소극적인 외교전략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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