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선병(56·사진) 한국은행 외자운용원장은 "미국의 양적완화가 종료되는 오는 10월 전후로 달러가치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환율, 통화 간 금리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연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총 3,60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제7위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쌓은 국가다. 외환보유고는 국가의 최후 대외지급자산으로 우리나라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한국투자를 결정할 때 눈여겨보는 지표. 채 원장이 운용하는 자산규모가 워낙 커서 국제 금융계에서는 외자운용원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한마디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슈퍼 갑'이다. 실제로 한은 외자운용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 국채를 투매하는 무력시위를 통해 한미 통화스와프를 이끌어내는 산파역을 맡기도 했다.
지난 4월 외자운용원은 1981년 한은에 입행한 뒤 외환투자운용 및 국제국에서 30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그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았다. 취임 직전까지 한은 뉴욕사무소장을 지낸 채 원장은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되면 전 세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일거에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리인상에 앞서 시장의 금리인상 '심리'가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라는 통화정책을 통해 시장참가자들의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를 잘 관리하고 있지만 막상 금리를 인상하거나 그 전이라도 시장의 기대가 달라지면 일거에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금리인상과 금융시장 변동성에 같이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상신호가 감지되는 중국경제에 대해선 "하드랜딩 가능성이 없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위안화 투자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그는 "중국 정부의 금융시장 각 채널에 대한 통제력이 강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해도 정부는 전방위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능력이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가 크게 흔들린다면 이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리스크가 될 것이기 때문에 중국 금융시장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자운용의 방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운용원의 행보가 알려지면 의도치 않은 시장 혼란이 생길 수 있는 탓이다. 그는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온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향후 투자계획에 대해서는 "특정 상품에 대한 투자 방향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외환보유액 중 주식비중은 지난 2010년 3.8%에서 지난해에는 6.1%까지 늘었다.
금 투자 역시 "투자계획을 사전에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금 투자를 늘릴 때 여건이 있었는데 어떤 것은 지금도 유효하고 어떤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외환보유액의 위탁운용을 조정할 가능성도 비쳤다. 한은이 한국투자공사 등 외부에 운용을 위탁하는 비중은 2012년 외환보유액의 16.7%에서 지난해 15.3%로 하락했다. 그는 "위탁 규모는 한은 외부전문성 활용 필요성과 전반적인 외환운용 요건 등에 따라 결정된다"며 "외부전문성 측면에서만 봤을 때 한은도 내부적인 역량이 많이 확충됐기 때문에 (위탁 규모가) 가변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명권자인 이주열 한은 총재의 특별한 당부 사항은 없었냐는 질문에 채 원장은 "외환보유액이 최종적인 대외지급자산인 만큼 그 목적에 맞게 유도성과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그 다음에 수익성을 제고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