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천지는 페이덜 게이트 오펜하이머 애널리스트의 발언을 빌려 “문제는 유가가 반등할지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얼마까지 오르냐”라고 지적했다. 근거는 증시 상승 및 수급 불균형이다. 최근 미국 증시는 경기회복 기대감을 타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원유의 수급 불균형 문제도 여전하다. 미국 등 선진국의 원유 수요는 정체되거나 줄어들고 있지만 신흥 공업국 및 중동 지역의 원유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반면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입국들은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공급을 계속 줄여가는 추세다. 폴 챙 바클레이스캐피털 애널리스트 역시 “원자재 시장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유가”라며 “지난 1월에 바닥을 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경기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고 나면 중장기적으로 석유가 투자자산으로서의 강점을 가진 만큼 재차 금을 대신할 금융자산(Black Gold)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경제침체를 막고 경기부양을 위해 각국이 엄청난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했고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자금이 여차하면 ‘금’ 외의 확실한 투자처인 석유ㆍ광물 등 원자재로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꿈틀, 꿈틀…자원 가격 완만한 상승세=한때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던 국제유가는 불과 몇 개월 만인 지난해 12월22일 32달러선까지 주저앉았다. 그러다가 올 1월부터 다시 상승 추세를 타더니 최근에는 50달러 안팎을 형성하고 있다. 17일 국제유가는 미국 주식시장의 호조 및 경기회복 기대 등으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배럴당 50.33달러, 브렌트 선물은 53.35달러로 마감했다. 평균 유가 수위를 조금씩 올리면서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동이나 니켈ㆍ우라늄 등 광물 가격도 상황은 비슷하다. 1월을 기점으로 등락을 반복하면서 가격곡선은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요 원자재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데 동의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이지훈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달러 약세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국제 원유 수요는 더 강해져 유가가 상승세를 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원 GS칼텍스 상무도 “지난해 7월 150달러에 육박했던 유가가 지금 50달러 안팎인데 그런 가격변화가 불과 몇 달 사이 일어났다”며 “현재는 거품이 다 빠졌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문배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시장연구실장은 “아직도 여러 리스크가 있어 지금을 (유가) 바닥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블랙골드 시대는 도래…시기가 문제일 뿐=결국 당장은 아니겠지만 블랙골드의 시대가 온다는 데 전문가 대부분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시기가 언제 될지는 다소 의견이 갈린다. 주로 외국에서의 시각은 원유 강세 쪽에 무게가 실린다. 유가 급등기에 이뤄졌던 대체에너지와 석유 굴착, 정제시설 구축 등의 프로젝트가 경제위기로 중단된 상황에서 1~3년 내에 경기가 회복되면 미국과 중국 등에서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천문학적으로 풀린 유동성이 원유 등 자원시장으로 쏠릴 경우 가격 상승 움직임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는 “유가에 다시 베팅할 때”라는 주장도 노골적으로 펼치고 있다. 반면 국내 전문가들은 더딘 상승세를 전망하고 잇다. 이문배 에너지시장연구실장은 “하반기 유가 변동폭은 현재보다 커질 수 있겠지만 연평균 유가는 50~60달러선일 것”이라면서 “제조업 경기가 완전히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2ㆍ4분기 실적을 본 뒤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연구원 역시 “투기자금이 다시 들어올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예전처럼 급등 추세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단기 급등은 없다”면서도 “3~4년 뒤 석유 수요가 침체 이전으로 회복되면 지난해처럼 수급에 따른 가격상승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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