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돼지는 음식물 찌꺼기나 쌀뜨물과 들풀을 먹여 키워 마을 잔치나 초상이 났을 때 한 마리를 잡아 이웃과 고기를 나누는 먹을거리로서 우리 곁에 늘 함께 했다. 지금도 피로연이나 초상집에서 수육이나 삶은 머리고기는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다.
정부 통계에 의하면 2011년 축산업 생산액이 약 15조원인데 이 중 돼지는 4조5,000억원으로 많은 축산물 중 한ㆍ육우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국민 한 사람이 1년간 먹는 양으로 비교해보더라도 육류 전체 소비량 43.1㎏의 절반에 가까운 19㎏을 소비한다. 이는 200g 1인분 기준으로 95인분에 해당하는 양으로 전국민이 3~4일에 한번씩은 돼지고기를 먹는 셈이다. 이처럼 '국민고기'로써 손색이 없을 만큼 우리 국민의 돼지고기 사랑은 대단하다. 저렴한 가격으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을 만큼 넉넉하게 허기를 채워준 돼지고기는 오랜 세월 서민과 애환을 함께 하며 이웃과 더불어 나눠먹던 나눔의 음식이다.
영양적인 측면에서도 돼지고기는 성장기 어린이에게 꼭 필요한 단백질이 풍부하다. 쇠고기에 비해 10배나 많은 비타민 B1은 피로회복은 물론 에너지 대사를 활성화해 생활에 활력을 준다. 돼지 족발은 예로부터 산모의 젖을 잘 나오게 해준다 해 산후조리에 최고의 선물이었다. 삶은 돼지고기는 장수 음식으로 노인들이 섭취하기에 알맞다. 평균 수명이 높아 장수 마을로 유명한 일본의 오키나와 지방에서는 지금도 노인들이 삶은 돼지고기를 즐겨 먹는다고 한다.
돼지 한 마리는 크게 7개 부위로 나뉘고 다시 세분하면 22개의 부위로 구분된다. 각 부위는 근육의 형태나 운동량에 따라 맛과 연도가 다르기 때문에 찜ㆍ구이ㆍ볶음 등 다양한 형태로 요리하면 돼지고기 여러 부위들의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돼지고기의 소비 형태를 보면 선호 부위에 따라 극심한 소비 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가정이나 식당 어느 곳에서든 간편하게 구워 먹을 수 있는 삼겹살 부위만을 찾다 보니 돼지 한 마리에서 생산되는 다른 부위와의 소비 불균형이 심화됐다. 돼지 한 마리에서 생산되는 전체 고기를 62㎏으로 보면 그 중 삼겹살은 약 10㎏으로 16%에 불과하다. 삼겹살 이외의 부위는 창고에 쌓여 가격은 계속 떨어지는 현실임에도 삼겹살 수입량은 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설 명절 이후 돼지고기 사육농가의 근심은 더욱 깊어져 간다. 소비 불균형으로 외국산 돼지고기 수입량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사육두수의 증가와 소비 감소로 우리 돼지고기 한돈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원가에 크게 못 미치는 가격으로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다 보니 한돈 농가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고 이에 따라 한돈 농가의 시름도 깊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료비나 기타 사육비용은 계속 증가하는데 가격이 회복되지 않으면 농가는 도산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도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결국 국민고기로 사랑 받던 우리 돼지고기 한돈 대신 외국산 돼지고기가 소비자들의 식탁을 점령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 된다.
식생활 패턴이 가정소비에서 외식위주로 변화함에 따라 식당에서의 돼지고기 소비가 크게 늘었고 덩달아 수입산 돼지고기 비중이 높아졌다. 먹을거리의 안전성은 가격보다 중요하다. 식당에서 돼지고기 원산지를 꼼꼼히 확인하고 우리 돼지고기를 찾는 손님이 늘어난다면 한돈 농가의 시름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농협과 대형마트 등에서는 국산 돼지고기 한돈의 소비촉진을 위해 파격적인 가격으로 할인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번 기회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건강도 챙기고 국민 고기인 우리 돼지 한돈과 한돈 농가를 응원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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