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김성우 씨는 스마트폰 정액요금제 대신 1만원대 선불 요금제를 쓴다. 통화할 일이 많지 않아 기본료가 최소 3만원대인 정액요금제는 낭비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인터넷 사용량이 많은 만큼 선불 데이터 요금제를 추가했다. 1만원을 더 내고 500메가바이트(MB)를 쓸 수 있다. 월말에 이용량이 곧 바닥날 것 같으면 편의점에서 1만원 이내의 소량도 충전 가능하다. 아직 현실에선 찾아보기 힘든, 가상의 알뜰 이동통신 가입자 이야기다.
이처럼 미리 요금을 낸 만큼 음성통화ㆍ데이터 통신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선불 요금제'가 주목 받고 있다.
21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7년~2010년 사이 50만~70만명대를 오가던 국내 선불 요금제 가입자는 2010년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지난 6월말 124만여명 수준으로 늘었다. 선불 요금제의 장점은 가입비가 없는 데다 기본료도 없거나 저렴해 소량 이용자에게 유리하다는 점이다. 기존 이동통신 3사뿐만 아니라 알뜰폰(이동통신재판매ㆍMVNO) 사업자들도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한 상태다. 후불 요금제보다 월 1만원 이상 저렴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미리 정한 이용량을 다 써도 전화 수신은 가능하다.
또 방통위의 선불 시장 활성화 정책에 따라 다양한 요금제와 서비스도 늘어났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이 지난달 선보인 'T쿠폰'은 1,000원권부터 10만원권까지 8종이며, 구입한 금액만큼 음성ㆍ영상통화, 데이터통신, 문자메시지를 이용할 수 있다. 이미 후불요금제를 가입했지만 무료 제공량이 모자라는 이용자들이 편의점, 서점, 문구점이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구입해 쓸 수 있다. T쿠폰은 출시 한달여 만에 약 9,000만원 상당이 판매됐다.
또 KT는 9월 중 100MB에 5,000원, 500MB에 1만원대 데이터 정액요금제를 선보이기 위해 방통위와 협의 중이며,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요금제를 연말까지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데이터 제공량이 포함된 선불요금제가 출시돼 있긴 하지만 비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밖에 KT는 지난 6일부터 전국 2만여 개 편의점에서 선불요금제 충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선불요금제 가입자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5,300만여 명 중 2.3%에 불과하다. 신봉현 방통위 사무관은 "번호이동과 각종 부가서비스 등이 선불 시장에서도 가능하게 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선불ㆍ후불 요금제를 옮기면서 같은 번호를 쓸 수 있으려면 번호이동이 가능해 질 내년 4월까지는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한편 방통위는 선불요금제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5% 확대될 경우 연간 1,076억 원, 20%로 증가할 경우 연간 4,304억 원의 요금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1인당 연 4만1,334원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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