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2011년 3월, '카이스 알힐랄리'는 리비아의 벵가지에서 벌어진 총격전에서 목숨을 잃었다. 같은 해 8월 '알리 페르자트'는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커스의 광장에서 괴한들에게 잔인하게 얻어맞은 뒤 버려졌다. 몽둥이질에 이 남자의 손가락은 으스러졌다(사진).
아리송하다면 다음의 힌트가 답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2015년 1월, 프랑스의 한 회사 회의실에 중무장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이 난사한 총에 당시 회사에 있던 12명이 사망했다. 이 회사의 이름은 샤를리 에브도. 성역 없는 비판과 풍자로 뛰어난 만평을 게재해 온 주간 잡지사였다. 눈치챘는가. 앞서 소개한 두 남자의 공통점은 만평으로 보복을 당한 만평가다. 벽에 카다피의 캐리커처를 그려 유명해진 카이스 알힐랄리와 바샤르 시리아 대통령의 장기집권을 풍자한 알리 페르자트 모두 한 컷의 그림으로 세상의 진실을 드러내다 총칼과 주먹이란 폭력을 만났다.
모든 위협과 테러에도 불구하고 세계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비판과 풍자의 펜을 쉼 없이 움직이는 사람들. 저자는 서문에서 만평을 이렇게 정의한다. "만평은 만화라는 제9의 예술과 언론이라는 제4의 권력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또 뉴스 뒤에 숨어 있는 우리의 인간성이 표출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세상을 향한 눈'은 사회 부조리를 겨냥하는 만평의 힘을 드러내고, 온갖 위협 속에서도 펜을 놓지 않는 만평가의 '대담함'을 보여주는 책이다. 전 세계 만평가 86인의 230여 작품 모음인 이 책엔 알리 페르자트는 물론 '이코노미스트' 창립 이래 최초의 상임 만평가로 일한 케빈 칼, 만평계의 대부 올리판트 등의 만평이 실렸고, 샤를리 에브도 테러로 숨진 장 카뷔의 그림도 만나볼 수 있다.
저자는 만평을 통해 격동의 현대 세계사를 정리한다. 1989년부터 2012년까지의 세계사 중 미래 관점에서 인류가 꼭 기억해야 할 역사적 사건을 선정한 뒤 그 순간을 신랄하게 풍자한 만평을 함께 엮었다. 소설 '악마의 시'에서 무함마드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살해 위협을 받은 살만 루시디 사건부터 중국의 천안문 사건, 아랍혁명, 오슬로협정과 팔레스타인 총선, 넬슨 만델라의 석방과 마이클 잭슨의 죽음, 9·11 테러와 미국의 대테러 전쟁, 일본 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까지 23년간의 세계사를 촘촘히 구성했다.
해방의 웃음을 제공하고 조롱의 문을 여는, 그 속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진실을 드러내는 도발성까지. 작은 한 컷의 그림 속엔 누군가의 고뇌와 언론의 자유, 민주주의가 응축되어 있다. 누군가는 만평을 보며 불편함과 불쾌함을 느끼겠지만, 그렇기에 만평은 이 사회에 필수인 존재다. 저자의 말마따나 이 특별한 그림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함으로써 이 세상의 문제와 위기를 과감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책장을 넘기는 내내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정곡을 찌르는 예리함에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같은 이슈를 둘러싼 다양한 시각의 만평은 물론 역사적 사건과 그림에 대한 저자의 친절한 설명이 더해져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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