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사냥에 나서면 먹이를 쫓을 뿐 발자국에는 신경 쓰지 않는 법입니다. 그러나 골퍼들은 사자로 들판에 나서고도 먹이(골프)보다는 발자국(스코어)을 남기는데 급급하죠.” 골프를 선(禪)에 접목시킨 ‘달마가 골프채를 잡은 까닭은’이라는 책으로 골퍼들 가슴에 깊은 울림을 남겼던 방민준(57ㆍ사진) 언론중재위원(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 그가 ‘달마…’의 속편으로 직접 그린 수묵 골프화를 곁들여 더욱 눈길을 끄는 ‘초월의 길, 골프(화남출판사)’를 최근 펴내 다시 한번 골퍼들을 생각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방 위원은 골퍼들에게 “발자국만 남긴 채 먹이를 놓치고 마는 사자가 아니었냐”고 묻는다. ‘슬라이스와 토핑, 백스윙과 피니시 말고 진정 골프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라는 질문과 통한다. 그는 “지난 90년 매일 점심시간 30분을 활용해 6개월 동안 연습한 끝에 입문 1년 여만에 싱글 스코어를 낸 뒤 골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며 “결국 선으로부터 그 답을 찾았다”고 했다. 마음을 모아 고요히 생각하는 것, 즉 본질이 무엇인가에 천착하는 선은 “골프에 있어서 스윙 기술이 기본이지만 비중은 미미하다”는 답을 냈다. 나머지 대부분의 비중, 즉 골프의 진정한 즐거움이 “자기 극복, 즉 초월”이라는 것은 방 위원이 덧붙인 해설이다. “스코어와 내기 등 경쟁을 유발하는 것들은 궁극적으로 적대적 감정을 가지게 한다”는 그는 “끊임없이 일어나는 갈등, 즉 버디를 한 뒤 더 잘하고자 하는 욕심과 자만, 보기를 한 다음에 오는 만회 욕구와 자학 등을 극복하는 것이 골프를 즐기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가 구체적인 극복 방법으로 제시한 것은 망각(忘却)과 이타(利他). “금강경에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면 뗏목을 버리라는 말이 있다”며 “이전 상황이 어찌 됐건 무조건 털어버리고 처음이자 마지막인 지금 이 샷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망각이라는 설명이다.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은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동반자, 캐디와 조화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더 나아가 나를 위해 남을 돕는다는 생각도 떨친 채 4명 모두가 즐겁게 라운드하며 교류와 자연감상의 시간을 갖는 것이 진정한 자기 골프”라고 강조했다. “물론 적당한 긴장을 위한 내기는 필요하다”고 인정한 방 위원은 “하지만 내기에 이기는 것보다 ‘저 사람하고 동반하면 늘 잘 친다’는 말을 듣는데 더 만족하면 그것이 바로 초월의 골프”라고 말했다. 한편 “한달 2~3번쯤 라운드하며 ‘수묵 골프화’라는 새로운 시도를 즐기고 있다”는 그는 “골프에 대한 이해를 동양적 시각에서 정리하고 싶다”면서 “선에 통달한 도인과 서양 골프 천재 소년의 만남을 소설로 꾸밀 계획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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