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서울 방배동 복개도로에는 벼룩시장이 선다. 지하철 사당역에서 이수역까지 이어지는 800미터 구간에 판매자만 1,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다. 요즘 뜨는 말로 표현하자면 '공유경제'의 현장이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란 2008년 로런스 레시그 하버드대 교수가 자신의 저서 '리믹스'에서 처음 사용한 말로, 한번 생산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를 말한다. 쉽게 말해 나눠쓰기란 뜻으로 자동차·빈방·책 등 다양한 재화 서비스를 소유한 개인이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함으로써 자원 활용을 극대화하는 경제활동이다.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구매력이 낮아진 시민들이 새 물건을 구입하기보다 다른 사람과 나눠쓰는 방식을 선택하게 되면서 등장한 개념이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가 위기 극복을 위해 시작한 '아나바다 운동(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과 맥락은 비슷하되 인터넷 등 정보기술(IT)과 만나 보다 스마트해진 모양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공유경제의 기반이 되는 협력적 소비를 '세상을 바꿀 10대 아이디어'로 선정하기도 했다.
세계 공유경제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시장 규모는 51억달러에 이르렀으며 매년 80% 이상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몇몇 선두기업은 이미 큰 성공을 거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AirBnB)는 불과 몇년 만에 세계 최대 온라인 숙박 중개업체로 성장했다. 카셰어링 업체인 집카(Zipcar)는 지난해 1월 렌터카 업체 에이비스에 5억달러에 팔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한국형 공유경제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카셰어링에서부터 주차장·사무실·의류·책에 이르기까지 공유 대상도 다양해졌다. 2012년 '공유도시'를 선언한 서울에서만 70여개의 공유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공유경제가 불황을 이기고 자본주의에 온기를 불어넣을 새로운 소비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기존 법체제와 충돌을 일으키기도 하고 시장을 잠식당한 경쟁사들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한다. 에어비앤비는 지난달 뉴욕주 호텔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소송당했다. 국내에서도 내국인 대상 빈방 공유는 불법이다. 카셰어링 역시 여객운송법에 따라 사업용 자동차가 아니면 유상 운송에 쓰거나 임대할 수 없어 개인 소유 차량의 공유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한편에선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과 제도가 경제 환경이 변화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선 공유경제가 개인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사업자들의 또 다른 시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불거진다. 공유경제가 협업소비라는 원칙 아래 새로운 소비 흐름으로 자리 잡아갈 수 있도록 효과적인 수용 방안을 고민할 때다.
/홍준석 대한LPG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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