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30개 기업의 주가를 바탕으로 산출되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약 10년 만에 최대폭의 물갈이를 단행하면서 편입된 기업 주가는 하락하고 제외된 기업의 주가는 오히려 상승하는 '다우의 저주'가 재연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우지수를 관리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다우존스는 10일(현지시간) 오는 23일부터 휴렛팩커드(HP),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알코아(알루미늄 제조업체)를 지수에서 제외하고 비자ㆍ골드만삭스ㆍ나이키를 편입한다고 밝혔다. 다우지수는 미국 뉴욕증시(NYSE)의 3대 지수 중 하나로서 신용도가 뛰어나고 안정된 30개 기업의 시장가격을 평균해 산출된다. 30개 기업은 사내 위원회가 기업 평판, 지속 가능한 성장 여부, 기업의 관련 산업 대표성 등을 고려해 산정되며 처음 산정된 지난 1884년 이후 128년 동안 53번의 변동이 있었다.
가장 최근의 다우지수 개편은 지난해 식품업체 크래프트푸드가 빠지고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이 편입된 것이었다. 이번 개편은 2004년 AT&Tㆍ이스트먼코닥ㆍ인터내셔널페이퍼가 빠지고 AIGㆍ화이자ㆍ버라이즌이 편입된 후 9년 만에 최대폭이다. 다만 AT&T는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을 거치며 현재 지수에 남아 있다.
시장은 다우지수 편입ㆍ제외기업 주가의 희비가 엇갈리는 다우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날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2009년 다우지수에 편입한 시스코와 트레블러는 이듬해 주가 상승률이 각각 -15.5%, 11.73%에 그치며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반면 지난해와 2009년 지수에서 쫓겨난 크래프트푸드, 씨티그룹, 제너럴모터스(GM) 등은 이듬해 주가가 각각 20%, 42.9%, 42.23%나 올랐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1999년 11월 다우지수에 편입했을 당시 주가가 주당 53달러에 달했다가 이후 18달러까지 폭락한 후 10여년간 4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도 다우의 저주에 걸린 기업 중 하나다. MS와 함께 다우에 편입된 인텔 역시 이듬해 주가가 약 27%나 하락했다. 반면 2008년 2월에 다우지수에서 제외된 허니웰과 알트리아는 이듬해 주가가 각각 19.4%, 30.35%나 뛰었다.
전문가들은 다우지수에 편입이 되는 기업은 우선 미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곳이고 그런 기업은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의 추가 상승여력이 부족해 시간이 지나면서 지지부진한 성적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지수에서 쫓겨난 기업은 주가가 크게 하락한 상태이므로 향후 주가의 상승여력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S&P다우존스는 이번에 퇴출된 3개 기업에 대해 "주가가 낮기 때문에 퇴출시켰다"고 설명했다. 현재 알코아의 주가는 주당 8달러에 불과하다.
현재로서는 이번에 편입ㆍ제외된 기업도 다우의 저주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10일 로이터는 기업 관련 리포트와 현재 주가를 종합해 산출한 톰슨로이터스타마인지수를 인용해 나이키와 비자의 주가가 앞으로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떨어질 것으로 보이며, 특히 나이키의 주가는 최대 25%나 고평가돼 있다고 전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향후 4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반면 HP와 BOAㆍ알코아 주가는 각각 100%, 63%, 6%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그러나 다우지수에 편입한 후 승승장구한 기업도 적지 않아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9월 편입된 유나이티드헬스케어로 1년이 지난 지금 주가는 37%나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포브스는 투자자들이 다우지수에 편입된 기업의 주식은 일단 포트폴리오에 갖고 있는 것이 관례이므로 편입기업의 주식을 매수,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으나 동시에 이들 기업이 정밀한 평가를 받게 되면서 투자자들이 오히려 떠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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