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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은행과 보험사들의 퇴직연금 유치 실적을 파악한 결과 은행에서는 국민은행, 보험사에서는 동부화재가 각각 가장 뛰어난 실적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두 금융권 모두 퇴직연금 유치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대기업의 퇴직연금 도입 및 퇴직보험의 퇴직연금 전환이 많이 이뤄지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거래처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4일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퇴직연금의 신규 자금 유치 실적(운용관리기준)을 집계한 결과 은행과 보험을 통틀어 KB국민은행이 경쟁사들을 압도했고 보험사에서는 대형사가 이름값을 못한 반면 동부화재ㆍ메리츠화재ㆍIBK연금보험 등이 약진하거나 선방했다.
우선 은행에서는 국민은행이 7,708억원으로 가장 뛰어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한 것이다. 국민은행에 이어 기업은행 6,396억원, 우리은행 5,382억원, 신한은행 4,835억원 등으로 그 뒤를 따랐다.
소폭이나마 자금유치 규모가 늘어난 국민은행과 달리 기업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4.8%,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40.6%, 24.7% 줄었다. 국민은행과 강력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신한은행이 주춤한 데는 영업 주력 타깃인 대기업의 퇴직연금 도입이 70~80%까지 일단락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외국계 기업에서 자금 유치가 활발한데다 7월 말 도입된 개인형퇴직연금(IRP)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다른 은행과의 차이를 더 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시장의 절대강자인 은행(점유율 49.5%, 7월 말 적립금 기준)에 이어 점유율 32.1%(생보 24.5%, 손보 7.6%)로 2위를 달리고 있는 보험사는 기대치를 밑돌았다.
삼성생명의 경우 올해 같은 기간 2,520억원의 자금을 들여와 전년 동기 8,180억원에서 급감했다. 한화생명ㆍ교보생명 등도 사정은 비슷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퇴직보험에 대한 손비 인정 폐지 이슈로 지난해 퇴직보험의 퇴직연금 전환 규모가 5,400억원이나 됐는데 올해는 640억원으로 급감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며 "은행의 강한 영업력도 보험사에는 부담"이라고 말했다.
손보사도 삼성화재가 5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LIG손보는 2,151억원으로 56% 각각 줄었다. 이런 가운데 동부화재는 899억원의 자금을 유치해 98.4% 급증했고 메리츠화재는 408억원으로 1.0% 감소에 그쳤다. 생보사 중에서는 IBK연금보험이 198억원으로 686% 급증했다. 이율 경쟁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영업을 전개한 것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통계에는 빠졌지만 은행에 적용되는 자사상품운용비중 제한(현재 70%, 내년 4월부터 50%) 제도에 관심을 두면서 올해 1,900억원 정도 자금을 유치했다"며 "향후 이 시장에 더 공을 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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