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또한 현재의 좌표를 다시금 확인해야 할 책무가 있다. 두 부사관의 죽음이 안전불감증과 무관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포로결박' 훈련은 초고강도의 훈련이다. 심리적 압박이 극한에 달한 상태에서 두건을 쓰면 뇌에 산소공급이 부족해질 위험이 크다. 미국 특수부대에서는 장병의 심장박동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해가면서 훈련을 진행한다.
우리 군은 별다른 안전대책 없이 훈련에 임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망한 두 특전부사관이 민간 응급차로 병원에 후송됐다는 점은 안전대책 미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포로결박' 훈련을 20여년 만에 부활시키면서도 응급차마저 준비하지 못했다면 안전불감증, 생명경시 풍조라는 비판이 제기될 만하다. 사고가 터진 뒤 "미국에서도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만큼 위험이 따른다"고 강조한 특전사 관계자의 언급은 할 말을 잃게 한다. 그렇게 위험한 줄 알면서도 왜 사전대비에 소홀했나. 안전대책 미비는 경계실패에 다름 아니다. 경계를 소홀히 한 지휘관을 문책하듯 책임자를 가려내야 사고재발을 막을 수 있다.
비록 사고가 터졌지만 훈련은 계속돼야 한다. 군의 핵심전력인 특전사는 뼈를 깎는 훈련을 통해 최고의 전투력을 보유·유지할 때 존재의의를 갖는다. 다만 고강도 훈련은 안전대책이 철저하게 마련됐을 때만 실시돼야 한다. 병사들이 안전하지 못하다면 국가안보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장병들의 안전에 우리 사회의 미래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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