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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실패의 가치


실리콘밸리에는 '페일컨(Failcon)'이라는 콘퍼런스가 있다. 정보기술(IT) 분야의 창업에 실패해본 이들이 모여 실패경험을 공유하고 그로부터 배운다는 취지의 행사다. 실패만큼 값진 경험이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셈이다. 지난 2009년 시작된 페일컨은 이제 전세계 주요 도시로 개최지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실패가 두렵기는 누구나 마찬가지다. 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똑같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모인 실리콘밸리가 IT의 메카로 거듭난 것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한 덕분이다. 마운틴뷰의 구글캠퍼스에서 한국의 글로벌K스타트업 참가팀과 만난 애덤 브링겔 츠모비(Tsumobi) 창업자는 "최대한 많이 실패하라"고 조언했다.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하는 일은 '불 꺼진 낯선 방에 들어가는 것'과 같지만 이리저리 더듬으면서 부딪힐수록 빨리 전등 스위치를 찾아 켤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컨설팅 업체 익스플로러인터내셔널 대표로 수많은 스타트업의 부상과 추락을 지켜봐온 미셸 메시나는 "보통 창업부터 성공까지 직선 코스를 갈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가다가 돌아오고 심지어 헤매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된 후에야 성공으로 이어진다"며 성공에 대한 환상을 깰 것을 주문했다. 실패 없는 성공이란 존재할 수조차 없다는 이야기다. 벤처캐피털 업체인 알토스벤처스의 호 남 제너럴 파트너는 한국의 '실패 공포증'을 꼬집었다. 그는 "한국에서는 최고 인재들이 유명한 대학을 졸업한 후 부모님이나 부모님 친구 말대로 대기업에 취업한다"고 지적했다. 모르는 사실은 아니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현실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 게 한국의 상황이다.



한국의 불편한 진실은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반면 실리콘밸리는 실패의 가치를 직접 증명하고 있다. 토익 만점 대신 꿈을 선택한 이들이 최소한 희귀생물처럼 취급 받지는 않기를 바라본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구호만으로 존재하는 'IT 생태계'가 실제로 생겨날 수 있으려면 꼭 필요한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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