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아시아특파원 폴 데이비스는 17일 칼럼을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공포로 이머징시장 전반이 유동성 위기에 처했지만 안전한 신흥국이 존재한다"면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하면 코렉시코로 가라"고 말했다.
한때 이머징국가의 대명사였던 브라질ㆍ인도 등 브릭스(BRICs) 각국이 이번 신흥국 위기에서 추락한 것과 달리 한국과 멕시코는 새로운 대안투자처로 자리매김했다는 게 데이비스의 주장이다.
FT는 "한국과 멕시코는 최근 몇 달간 신흥시장을 뒤흔든 '자산 엑소더스'에서도 가장 훌륭한 방어력을 입증했다"면서 ▦미국발 수출이 회복되고 ▦핫머니(투기성 단기자금)의 급격한 유입을 통제했으며 ▦지난 2년간 과도한 부채증가가 없었던 점 등을 차별화 요소로 꼽았다.
한국과 멕시코 역시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전망이 가시화된 지난 5월 말 이래 조정을 겪었지만 한달여 만에 반등에 성공하며 다른 신흥국들과 '디커플링(차별화)'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FT에 따르면 6월 한국에서 66억달러의 글로벌 자금이 빠져나갔으나 6월 말 이래 70억달러의 자금이 신규로 유입되며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5월 말 이래 11%까지 빠졌던 증시도 현재 1%의 오름세를 보이며 손실분을 모두 만회했다.
FT는 "한국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외인 자금도 한국을 떠나는 대신 (한국) 채권으로 흘러들어갔다 증시로 복귀하고 있다"면서 "엔화 약세 역시 일본 기업들이 매출증대보다 수익성 회복에 치중하면서 한국의 기업경쟁력을 훼손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FT는 "상반기 기업실적이 실망스러웠고 미국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미 수출의존도가 큰 점은 단점"이라고 지적한 뒤 "자산 이동기의 대혼란이 촉발된 가운데 단기 신흥시장 피난처로서의 유효성은 여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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