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장소에서 퇴근 시간인 저녁 6시가 되자 좌회전 차로인 2차로에는 차들이 수십 미터 줄지어 서 있다. 버스중앙차로를 지나던 시내버스도 여러 대가 좌회전을 위해 2차로로 모여들면서 도로는 심각한 정체현상을 보였다. 버스가 좌회전 차선으로 이동하기 위해 급작스럽게 2차로로 끼어들면서 도로 곳곳에서 경적이 울리고 혼란스러운 모습이었다. 반면 버스중앙차로는 한산한 모습이어서 대조를 보였다.
서울 대방역과 구로디지털단지역을 잇는 여의대방로 버스중앙차로에서 매일 벌어지는 풍경이다. 이 구간은 지난 2005년 버스중앙차로로 지정됐지만 버스노선이 중앙차로에 맞게 재조정되지 않아 매일 교통체증이 유발되고 아찔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여의대방로 버스중앙차로에서 혼란이 발생하는 이유는 버스중앙차로를 달리는 버스 가운데 상당수가 좌회전 혹은 우회전을 하기 때문이다. 보라매역보다 한 정거장 앞선 서울지방병무청 정거장에서 버스중앙차로를 이용하는 노선은 150, 153, 461, 505, 753, 5531, 5534, 5623, 5633번 등 9개 노선. 이 가운데 153, 461, 753번 노선이 보라매역 사거리에서 서울공고 방향으로 좌회전을 해 버스중앙차로를 이탈한다. 또 5534번은 중앙차로를 이용하다가 40m가량 지난 동작세무서 앞에서 우회전해야 해 보라매역에서 중앙차로를 급격히 벗어나 4차로로 이동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선노선인 5536, 5623, 5633번은 같은 여의대방로를 이용하지만 버스 정거장이 중앙차로에 있지 않고 가로변에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버스는 중앙차로를 다니고 일부 버스는 2~4차로를 이용하며 혼잡함을 가중시키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상황이 이렇지만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버스 운수업체의 수익성을 보장하고 기존 노선 이용 승객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교통운영과 관계자는 "기존 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민원이 발생해 노선 조정이 쉽지 않다"며 "또 노선을 변경하면 버스회사들의 운영수익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신중히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버스중앙차로를 도입하면 변화된 체계에 맞춰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 교통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서울시가 당초 버스중앙차로를 도입한 뒤 간선 위주의 버스노선 체계를 만들겠다고 원칙을 세웠는데 민원 발생 등으로 과감하게 정비하지 못해 대중교통체계가 불완전해졌다"며 "버스중앙차로는 버스들이 기본적으로 직진해야 하며 굴곡이 발생할 경우 지선으로 갈아타도록 체계를 만드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김기복 시민교통안전협회 대표 역시 "도로의 효율적 이용 측면에서 보면 버스는 전용차로를 이용해야 하며 버스의 좌회전은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서울시가 버스노선 변경 등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교통혼잡이 유발되며 시민불편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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